매일신문

올브라이트 대북정책 회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평양 방문으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빌 클린턴행정부의 대(對) 북한 포용정책을 자세히 설명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내셔널 프레스센터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 회견에서 미 행정부 관료로서는 처음이었던 자신의 역사적인 평양방문이 평화와 대량파괴무기 위험감소를 위해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해온 전략의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면서 포용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의 발언 요지는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직후인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시작된 핵위기와 지난 98년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로 촉발된 긴장상황 등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현 행정부의 정책이 없었을 경우 현상으로 고착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 옹호 논리로 볼수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적인 포용정책과 특히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배경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힘입어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북한 고위관리의 워싱턴 방문과 자신의 평양방문이 이뤄지면서 북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기회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할 때는 이미 발생한 사태 뿐만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일도 참작해야 한다고 올브라이트 장관은 주장했다.

즉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이 당시 가동중이던 소형 원자로 뿐만 아니라 완공단계에 있던 대형 원자로에서 상당량의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며 미사일에 관한 지금의 대화가 없었을 경우, 북한이 개발한 모든 종류의 미사일 실험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없었더라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은 꾸준히 고조되고 위험스러운 군비경쟁이 벌어졌을 것이며 북한은 개방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더욱 고립돼 결과적으로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더욱 위험하게 되고 북한 주민들의 궁핍한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올브라이트 장관은 설명했다.

워싱턴의 북미 관계 전문가들은 이날 올브라이트 장관의 기자회견은 방북을 계기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함으로써 오는 7일의 선거를 앞두고 북한 카드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또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등 영향력있는 신문들이 너무 성급하다며 속도조절을 촉구하고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비판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이날 기자회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브라이트 장관은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은 현재의 정책이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7일 선거에서 당선되는 차기 대통령이 이를 계승해 주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해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올브라이트 장관의 대북정책 옹호 논리와 속도조절론으로 볼때 클린턴 방북은 이번 브루나이-베트남 방문시 추가 일정으로 발표될 가능성은 희박해 졌으며 그가 밝힌대로 콸라룸푸르 미사일 회담 결과에 따라 "곧" 가부간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콸라룸푸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레임덕 대통령'의 지나친 활동에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안가는쪽 보다는 가는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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