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앞 이익 급급 1,300여 직원 희생 안될말

"피땀 흘려 만든 차, 목숨처럼 아끼던 차를 내 손으로 불태우는 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삼성상용차 김종복(가명.33)대리에게는 작업복이 없다. 11.3 퇴출기업 발표 직후 분노한 직원들이 '야무진' 트럭을 불태우던 날, 활활 타는 불길 속으로 '삼성'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작업복을 던져 넣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살하는 심정이었다'며 이내 고개를 숙이는 김대리.

자동차산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삼성그룹 21세기기획단의 비전을 믿고 안양 제일모직에서 대구로 왔던 95년 당시만 해도 그의 가슴엔 희망만이 가득했다."93년 다른 재벌기업에 동시에 취직됐지만 부모님께서 '삼성이 최고'라며 삼성 취직을 권하셨죠. 고향에 공장을 세운다길래 모든 걸 버리고 달려왔는데 이젠 절망 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허허벌판 위에서 파일을 박는 작업부터 시작해 직원 400여명과 함께 밤낮, 주말을 잊고 작업에 몰두한 결과 96년 공장 문을 열 수 있었다.

"삼성이 자동차 허가를 받고 분위기가 확 변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정리한다는 말까지 사장이 하고도 이상하게 일을 질질 끌더라구요. 대구시에서 얻어낸 특혜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됐죠. 차라리 그때 끝났으면 마음고생이나 덜했을텐데" 이후 김대리는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경험을 해마다 겪었다. IMF 터널을 빠져나오자 빅딜설에 휘말렸고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결국 퇴출. "지금까지 제정신으로 살아온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성서 술집은 삼성상용차 직원들 때문에 먹고 산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가족들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 김대리는 '볼 면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며 투쟁하는 이유를 묻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7여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야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삼성그룹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1천300명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삼성그룹에 국민 모두가 속고 있다는 것도 꼭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이런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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