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가 때 아니게 격전장으로 변했다. 지난 2일 숨진 조순현(61) 구미교육장의 사인을 놓고 교육계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진 것.교육청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조 교육장이 숨진 과정은 이렇다. 조 교육장은 1일 전교조회원들과 4시간여 동안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유는 9일 예정된 초등학교 학력고사 폐지와 3일 열리는 학생예술제 교사 동원 등 두가지 문제.
마라톤 논쟁 끝에 조 교육장과 전교조 회원들은 학력고사를 예정대로 치르되 성적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학생예술제에는 교육청 직원들이 대신키로 하는 선에서 결론을 내렸다.
밤늦게 귀가한 조 교육장은 부인에게"오늘 전교조와의 입씨름으로 머리가 아프다"다는 말을 했으며 이튿날 오후 7시30분쯤 시체육회 이사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두통약을 먹고 잠자리에 든 뒤 돌연사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연일"전교조가 조 교육장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과 이에 맞서"전교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대응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인품이 훌륭하신 우리 교육장님이 전교조 집단의 무례한 패거리 항의와 억지소리, 방해공작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지셨다"는 비난에 "교육단체가 건의 좀 한다고 사망으로 이어진다면 교육장들의 건강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항변하는 식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찾는 숱한 학생, 학부모들에게 이같은 싸움이 교육계 내부의 '제 얼굴 침 뱉기'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교육현장에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생산적인 인터넷 토론에는 별 관심이 없던 교육계가 한 교육자의 죽음을 두고 상호 비난을 주고받는 데는 열심이라면 과연 누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2부 김성우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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