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은서는 준서 품에서 죽고...

은서(송혜교)는 결국 한적한 바닷가에서 준서(송승환)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은서 자체가 삶의 목적인 준서 또한 교통사고로 죽고….

시청률 40%를 웃돌며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가을동화'가 7일 끝이 났다. 4할대의 시청률이 가져다 주는 방송연장에 유혹되지 않고, 해피엔드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열화같은 요구에도 넘어가지 않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원작의 결론을 지키기로 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원안대로 드라마가 마감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비극은 진지하고 완결된 행동의 모방이고 일정한 길이의 모방이다. 그리고 희곡적 형식을 취하며 가련함과 무서움을 통하여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비극에 있어서 행동의 특성은 도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비극미란 인간적 위대성(偉大性)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비극을 통해 감정의 배설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KBS2TV의 월화드라마 '가을동화'의 인기 비결은 수채화 같은 미려한 영상과 맹목적인 사랑의 수호천사 원빈과 같은 등장인물이 지니는 건전한 상식, 비속하지 않은 준서의 사랑, 꿈과 동화적인 이미지의 제목에 있을 것 같다.

특히 '가을동화'에서 눈물이 가져온 효과는 엄청나다. 두 딸에 대한 두 어머니의 낳은 정 기른 정이 눈물이고, 남매였던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이 그러하다. 게다가 신파 내용으로 등장인물 또한 시시때때로 눈물을 쏟아냈다.

시청자들은 욕심이 많다. '가을동화'에서도 사랑은 무조건 이루어져야 한다며 여 주인공 은서와 오빠 준서가 맺어지게 해야한다고 했다. 나아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며 은서를 살려내라고 요구했다.

대구출신의 시인 정호승은 '그리운 부석사'라는 시에서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고 했다. 또한 우리에게는 행복해질 권리도 있지만 불행을 책임질 의무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은 무조건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의 삶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시청자의 심리적 욕구의 변동에 따라 선택되기도 하고 버림받기도 하는 방송 담당자에게 있어서 이러한 시청자들의 강한 주문을 거부한다는 것은 대단히 용기있는 결단이다.

'가을동화' 제작진은 원래대로 끝내겠다는 건전한 양식을 가지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시청자들의 격을 높여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최고의 시청률로 보답했다. 이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원리가 아닌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