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청와대부터 司正하라

정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청와대의 8급 기능직 청소원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바로 그 정현준씨로부터 수억원(검찰은 4억, 청와대 자체조사는 8억)을 챙겼다는건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벌써 야당에선 "청와대 청소원이 10억원을 챙겼으면 실세들은 과연 얼마나 먹었겠느냐"며 천문학적인 액수일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도높은 비판을 하고 나섰다. 야당의 주장이 아니라도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보고 정말 경악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뿐인가.

의혹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는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선 주범 박해룡씨의 동생인 박현룡씨가 바로 청와대 행정관재직시절 형의 대출 청탁자리에 동행, 간여한바 있어 구설수에 올랐다. 또 얼마전에 터진 포항제철납품비리사건에선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간여, 돈을 갈취한 사실이 있었으나 검찰이 쉬쉬하고 있다가 뒤늦게 언론 보도가 나간후에 그를 구속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등잔 밑이 어둡다'말이 실감나는 일련의 청와대직 원들의 비리사건이다. 문민정부시절 장학로 청와대부속실장의 수십억원 수뢰사건으로 대통령이 직접 사과성명을 낸 사실이 언뜻 상기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격노하면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전직원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보고 우리는 두가지 관점에서 현정권에 충고하고자 한다. 우선 청와대가 이렇게 썩어 있다는건 그동안의 사정(司正)작업은 공염불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공직사회를 뒤흔들면서 부산하게 한 사정작업이 진행중인 그 와중에 심장부인 청와대에선 철저한 보호막속에서 부패행각을 벌였다는건 도덕적으로도 용납이 안되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고 뭔가. 시중에는 지금 현정권 실세들의 치부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게 일고 있다. 또 그런 소문은 공교롭게도 최근의 한빛은행사건이나 '정현준 게이트'에서 '설(說)' 또는 '의혹'으로 실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아 그 소문이 그런것이구나'하며 사실로 믿는다는 사실이다. 이건 심각한 현상이다. 청와대측근이나 실세들에 대한 특단의 검증 조치가 강구돼야 하고 한점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과감하게 공개하고 단호하게 잘라내야 한다.

'작은걸 숨기려다' 오히려 크게 키워 나중엔 걷잡을 수 없는 폭풍으로 변해 현정권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정권 핵심부의 부패상이 있고서야 아무리 사정을 해봐야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작은것이라고 하찮게 여기기에는 지금 돌아가고 있는 민심은 극히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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