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싸움으로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습니다"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20일자 조간신문의 1면에 수억원의 돈을 들여 이런 내용의 광고를 깔며 호들갑을 떨었다.
민주당은 이 광고에서 한나라당을 빗대 "대권욕에 가득 찬 속좁은 정치 때문에 나라를 또다시 망칠 수는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구조조정과 실업, 공적자금의 투입, 예산안처리 등 1분1초가 급하다고 했다. 말인 즉슨 맞는 말이다.
사실 그동안 야당이 다소 억지를 부려가며 국회 밖을 맴돌 때마다 여당은 야당이 국정의 발목잡기에만 주력한다며 발을 굴렀고 국민들도 다수가 야당과 야당 총재의 행태에 비판의 메스를 댄 것도 사실이다.
또 여당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위기의식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일밤부터 18일 새벽까지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은 국민들로 하여금 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고, 지도부의 생각이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런 국민들은 20일 아침 민주당의 광고문안을 보고 혀를 차지나 않았을까.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국정을 원만하고 순탄하게 끌고 갈 의지가 있는 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야당을 다시 국회 밖으로 내쫓았으며 여야 총무가 합의한 검찰탄핵안 처리를 여당이 앞장서서 발로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도 아닌 여당이 의장실을 점거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한 것은 물론 군소정당도 하기 힘들 정도로 순간순간 말과 행동을 뒤집어가며 결국 법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강심장'을 과시해 버린 것이다. 자연히 검찰 수뇌부 탄핵 불가 주장도 경제살리기 논리도 설득력이 약화됐다.
어지간한 대책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할 만큼 여당의 지난 주말 '비행(非行)'의 여파는 크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설거지'는 당연히 여당의 몫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