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IMF 3년, 왜 이 지경인가

IMF에 경제주권을 위탁하고 국가부도사태를 면하기 위한 구제요청을 한지 3년째 되는 오늘, 그 날의 국치(國恥)를 잊은 듯 다시 위기의 문턱에서 서성대는 우리의 모습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이나 수출실적, 외환보유고 등 거시경제지표를 내세워 아직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하나 국민의 체감경제는 벌써 위기국면에 근접한 느낌이다. 실직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시 노숙자가 늘어나고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지는 현실은 분명히 위기상황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역 등 지방은 이미 붕괴의 길에 들어서 IMF관리체제 시작 당시보다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김영삼정권말기인 97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외환보유고가 괜찮았는데도 그후 정치·경제 분야의 심각한 악재들이 급격히 위기상황으로 몰아갔던 것을 생각하면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안심할 일이 아님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 때도 정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다고했지만 한보·기아사태의 해결지연, 집권층의 정경유착과 도덕적해이, 노동관련법 등 당시 야당이었던 현여당의 개혁입법 반대에 따른 구조조정의 지연 등이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정치적 지도력의 결함과 경제관료의 무능·무소신 등이 국가신인도를 저하시킨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이다. 상황자체의 위기라기보다 대처능력의 위기였던 것이다.

현정부는 IMF구제자금과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농 밑의 돌반지까지 내놓는 국민적 결의 등을 업고, 엔고,저유가, 반도체특수의 호재마저 누리며 위기극복에 나섰지만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은 전(前)정권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처리되지않고 있는 대우차문제, 아직 결과가 불투명한 현대건설위기,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기업·금융구조조정, 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한 재벌빅딜, 무리한 대북경협 등은 정부의 능력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부가가치가 낮은 굴뚝산업에 대체할 벤처기업 육성을 내세웠으나 이 또한 성과가 시원찮다. 게다가 옷로비의혹, 한빛은행사건, 정현준게이트 등에서 나타난 지도층의 부패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도덕적 해이마저 보여주었다. 이를 척결해야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함께 여야는 번번이 부패, 비리, 정략적 문제 등을 놓고 극한 대치 상황에서 여당은 정치력부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위기 3년에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또 국가적 치욕과 국민적 참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먼저 정부여당부터 환골탈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노조·국민들도 IMF초심으로 돌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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