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노다지 전설' 러 보물선

바다밑에는 신비만 숨쉬고 있는 게 아니다. 금은보화와 골동품들이 가라앉아 있다. 잘만 찾으면 떼부자가 될 수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멜피셔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20여년 동안 바다 밑 보물찾기를 했던 그는 지난 1622년에 난파당한 배를 1985년에 발견, 금괴·은괴 등을 건져 올려 하루 아침에 억만장자가 됐다. 세계의 바다 곳곳에는 이런 보물들이 적지 않다. 전쟁이나 풍랑으로 침몰한 배가 많기 때문이다.

▲보물선은 선박 기술이 발달해 대륙간 무역이 활발했던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것들이 많다.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등의 해양모험소설들이 18세기에 많이 쓰여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첨단탐사기술이 발달한 90년대 이후에 보물 건져올리기가 활기를 띠기 시작, 바다밑 보물찾기가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76년부터 6년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5천여점의 송·원대 도자기들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 보물들은 신비의 환상을 안겨주지만 거대한 배가 침몰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한 역사가가 가장 많이 쓰인 이야기의 주제로 예수와 미국의 남북전쟁, 타이타닉호 침몰사건을 꼽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최대추정치 50조~150조원 상당의 금괴를 싣고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발틱함대 수송함 '돈스코이호'의 선체가 최근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지난해부터 탐사작업을 벌여온 한국해양연구소는 이 사실을 확신하고 최신장비를 도입, 본격 탐사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최종 확인된다면 오랜 세월 울릉도 주민들 사이에 전해오던 '노다지 전설'이 사실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전사(戰史)에 따라 돈스코이호를 찾으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울릉도 주민 홍순칠씨(당시 54세)가 할아버지의 목격담 등을 귀띔, 한·일간 탐사가 시도(본지 81년 4월 28일자 보도)됐고, 18년 전에도 한 민간업자가 탐사에 나섰으나 장비 부족으로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목전까지 와 있는 이 사업을 맡은 '동아건설의 추진'에 문제가 없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전설의 사실화'를 기대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