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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 국솥 끓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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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또다시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 찬 공기를 흔드는 종소리가 딸랑거리고 있다. 행인들에게 잠시나마 불우한 이웃을 떠올리게 한다. 1891년 12월 미국 센프란시스코에서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로 시작된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따스하며 거룩하다. 지난 4일 시종, 성탄 전야인 24일까지 계속 거리에 걸려 있을 이 냄비에는 올해도 100만원을 넣은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저녁 굶는 초등학생 100명에게 2년째 도시락을 챙겨주는 서울의 '사랑의 밥집' 아줌마 3총사의 '왕엄마' 미담이 들려오고, 추위를 녹여주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동백꽃처럼 한겨울에 피어오른다는 소문도 들린다. 13년째 고아 8명에게 매년 12만원씩 보내주고 무료급식소인 '요셉의 집'에도 7년 동안 매년 130만원씩 전달해온 독신 피아니스트 우정일(계명대 교수)씨의 미담(본지 16일자 보도)도 뜨끈한 국물 같다.

그러나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인생 즐기기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골프백을 메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김포공항만도 하루에 250여명이나 몰려 북새통이고, 연말연시 주요 해외노선은 한달 전에 매진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1.2분기에 흑자였던 여행수지가 이런 헤픈 씀씀이 때문에 3분기에는 5억 달러 이상이나 적자라니 기가 막힌다. 그 사정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지금 육지의 골퍼들이 몰려 '부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주말에는 7개 골프장이 최대 운영 능력보다 20, 30% 정도 초과하고, '끼워넣기' '티샷 지연'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며, '든든한 줄'이 동원돼 회원조차 밀리는 사례가 자주 생긴다고도 한다. 이 같은 '부킹 망령'은 해외 골프를 삼가는 공직자나 사업가들 때문이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재'라는 시에서 '발로 차지는 말아라/네가 언제 남을 위해 그렇게 타오른 적이 있었더냐'고 호소했다. 각박한 세태에 부대끼며 어렵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뜨거운 가슴을 가지자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생활계층 구조가 '모래시계형'으로 양극화돼 버렸다면, 어려운 나라 살림의 고통이 '분담'된 게 아니라 서민층에게만 '전담'된 것은 아닌지. 각박한 세태가 서글플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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