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퇴출은 올 하반기 대구지역 경제계 최대 이슈중 하나였다. 프랑스 르노사와의 제휴가 무산된 이후 퇴출·부도설이 이어지다 지난 11월3일 발표된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에 포함된 것.
연간 매출 1천700억원으로 매출액 자체로 봐서는 중규모에 해당하는 한 기업의 퇴출을 두고 지역 경제계가 발칵 뒤집힌 것은 삼성상용차 퇴출이 경제적·도덕적.심리적 측면에서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파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삼성그룹과 몇 년에 걸쳐 '온다, 안온다'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한 끝에 유치한 삼성상용차는 96년 문을 열 당시 '1조5천억원 투자, 연간 매출액 2조원'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지역민의 기대가 컸던 것은 당연한 사실. 대구시는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는 섬유산업을 대체할 산업으로 자동차 부품산업을 지목하고 성서공단의 삼성상용차와 구지공단의 쌍용자동차, 그리고 위천공단을 잇는 자동차산업벨트를 구상했다.
그러나 위천·구지공단 추진이 유야무야된 상태에서 삼성상용차마저 퇴출되면서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인 자동차산업벨트는 백지화되고 말았다.
파산관재인 또는 채권금융기관을 주체로 한 삼성상용차 해외매각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멈춰버린 공장을 제값에 팔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몇 년이 걸릴 지도 몰라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도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200여개 협력업체 처리 과정은 삼성상용차 퇴출과 관련된 삼성그룹의 도덕성 문제와 직결돼 있다. '삼성'이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시설투자를 한 협력업체를 외면한 것은 물론 기업 상도덕의 마지막 보루인 진성어음 결제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의 퇴출 처리를 지켜보면서 "협력업체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은 자동차업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삼성상용차를 구입한 고객에 대한 A/S 외면도 상식을 뛰어넘는 삼성의 부도덕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삼성측은 회사가 파산한 마당에 A/S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룹이 수조원대의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법을 떠나 도덕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퇴출 과정도 비난의 여지를 안고 있다. 삼성측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따라 상용차가 퇴출됐다고 말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상용차에 대한 투자를 꺼리던 삼성이 퇴출 분위기를 틈타 '앓던 이'를 뺐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대구시민들의 삼성그룹에 대한 심리적 허탈감 역시 삼성상용차 퇴출의 파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지역민들은 대구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이 대구시로부터 특혜만 챙긴 후 삼성차 퇴출과 함께 손을 떼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
결과적으로 올 상반기 다른 업종에 비해 두드러진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계는 삼성상용차 퇴출과 이어진 대우자동차 부도로 큰 타격을 입게됐고 내년 전망 역시 불투명하게 됐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삼성상용차 퇴출의 사후 처리가 진행중에 있는만큼 삼성그룹은 직원들에 대한 대책을 매듭지은 후 협력업체에 대한 보상과 함께 대체산업을 육성, 1조5천억원의 투자약속을 지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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