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국방장관에 럼스펠드를 지명한 뒤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관심의 핵심은 NMD(국가 미사일 방위) 체제 구축. 주요국 대부분이 이를 반대하고 있으나 럼스펠드는 바로 구축 불가피론의 핵심적 주창자이다. 이런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안보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럼스펠드의 강성=그는 냉전종식 후 미국인들의 안보 불감증을 경고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하는 대표적 보수 강경론자이다. 이미 4반세기 전인 1975~77년 사이 포드 행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바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을 평가하는 민주·공화 공동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이란 등의 미사일 위협이 미국 정보기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도출해 냈었다. 그때 이론을 종합한 것이 유명한 럼스펠드 보고서(1998년). 이로써 오래된 공화당의 NMD체제 구축 압력에도 끄떡않던 클린턴 대통령을 굴복시키고, 논란많은 NMD체제를 다시 부상시킨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정보전, 컴퓨터 온라인 공격, 인공위성 등 우주전에 대비한 방위력 증강 등 첨단 기술전 전략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 시카고 태생.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졸업 후 1959년 한 하원의원 행정보좌관으로 정·관계에 첫 발을 들여놨다. 30세이던 1962년 일리노이 주에서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뒤 합계 4차례 연거푸 당선돼 1972년까지 역임했다.
1973~74년에 NAT0 주재 대사를 지낸 뒤 1974~75년 포드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았고, 베트남전 종전과 함께 1975년 미국 사상 최연소로 국방장관에 발탁됐었다. 1977년 퇴임 후에는 주로 민간 회사 대표·중역·고문 등으로 일했으나 레이건 행정부 때 중동 특사로 활동하는 등 워싱턴과는 늘 연결 고리를 갖고 있었다◇럼스펠드 보고서=그가 국방장관에 지명됨으로써 그가 NMD와 관련해 작성했던 보고서가 또다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의회와 CIA(중앙정보국)는 1997년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 평가위(9명)를 초당적으로 발족시키고, 위원장에 그를 위촉했다. 27페이지 짜리 보고서가 발표된 것은 1998년 7월15일.
조사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보고서는 북한·이란·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다고 판단, 미국 방위 관계자들과 정보 당국에 큰 경종을 울렸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은 보유 중인 미사일만으로도 한국·일본을 초토화할 수 있고, 2년 안에 미국 본토 일부를 공격할 수 있으며, 3~4년이면 미국 전역이 미사일을 이용한 생화학 무기 공격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았다.
당시 CIA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럼스펠드 보고서는 과장된 것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쪽. 1995년 작성된 자체 보고서는 "2011년까지 추가로 미 본토와 캐나다 공격 능력을 갖출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 후 불과 한달 반만에 북한이 실제로 대포동 2호를 발사하자 럼스펠드는 일약 미사일 방위 분야의 권위자로 부상했다. CIA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럼스펠드 보고서가 클린턴으로 하여금 NMD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셈이었다.
◇부시의 선택=부시 당선자는 "그가 NMD 구축을 주창한 '럼스펠드 보고서'의 주인공이자 NMD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 때문에 차기 국방장관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NMD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시는 그러면서 럼스펠드에게 NMD 재추진에 대한 논리 개발, 21세기 안보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군의 현대화 작업, 군 사기 고양 등을 우선과제로 부여했다. 부시는 군사전략의 전면적 재검토, 중국의 경쟁국 규정, 대만과의 군사적 관계 강화 등을 천명해 놓고 있고, NMD를 위해 러시아와의 ABM(탄도탄 요격미사일) 협정도 파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문에 지금까지 ABM협정 개정을 완강히 반대해 왔던 러시아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의 싱크탱크인 PIR센터 군축분석가 이반 사프란추크는 "러시아는 궁국적으로 ABM협정 고수 입장을 버리고, ABM 협정 수정의 반대 급부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국제 관계의 긴장=미국이 NMD를 재추진하면 중국·러시아 등은 물론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사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NMD에 시비를 걸고 나설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긴장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한국은 '동맹국 중시' 정책에 힘입어 관계가 오히려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외교분석가들의 중평이다. 양국 관계는 월남전을 전후해 럼스펠드가 현직에서 일하던 1970년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던 과거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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