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희망을 연다-떡볶이 아줌마 김현진씨

"장애 아동들을 돕겠다는 작은 소망을 올해엔 꼭 이룰 겁니다"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에서 5년째 떡볶이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김현진(37.여.수성구 욱수동)씨. 비록 100원, 천원짜리 푼돈 장사를 하고 있지만 장애 아동들을 돕겠다는 희망때문인지 퇴근길의 차가운 새벽 공기속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다.

새해 아침 김씨의 그같은 다짐은 지난해에 이루지못한 아쉬움과 자책 때문이다. 작년 초에도 그같은 '약속'을 다지며 열심히 포장마차 문을 열었지만 단골손님까지 발길을 끊는 불경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96년 남편의 실직으로 뛰어든 떡볶이 장사는 매년 매상이 올라 장애 아동을 돕겠다는 소박한 꿈도 함께 여물었지만 지난해는 '죽을 쑬' 정도로 손님들이 끊겼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27일에는 '개업 4주년 기념'으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공짜로 떡볶이를 줄 계획을 세웠지만 9시까지 아무도 찾지 않을 정도였다. 김씨는 "99년까지만 해도 1만원권, 5천원권이 많이 들어와 은행에서 잔돈 바꾸기 바빴지만 지난해엔 50원짜리 심지어 10원짜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난해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래도 5년전의 암담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희망에 산다고 했다. 남편의 실직에 이어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그런대로 꾸려가던 화장품 대리점은 물론 집까지 날려 버리고 거리에 나앉았던 일, 친지들의 냉대를 뒤로 하고 남의 폐가를 고쳐 보금자리를 꾸미던 때를 떠올리며 "오늘의 어려움을 감사함으로 이겨낸다"고 말했다.

열심히 떡볶이 장사로 빚도 다 갚고, 남편도 다시 직장을 구하며 맞은 2001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믿는 김씨는 장애아동들과 함께 한다는 소망 또한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재산을 물려 줄 자식도 없다'며 웃음짓는 김씨. 아침 겸 점심 한끼만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매달 10여만원씩 적립하고 있는 김씨는 이 돈이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일에 쓰여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다 부지런히 일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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