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른 뒤 내 죽음을 주위에 알려라"
평생을 흙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 한 도공의 '장례 유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제난 속에서도 허례허식을 버리지 못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구원리 강파도예 故 김종희(전 계명대 교수)씨는 지난달 15일 80세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장에 '내가 죽으면 이렇게 하라'고 남겼다.
△죽은 다음날 장사를 치르되 부고장을 돌리지 말고 부의금을 받지 말라 △상복을 입지 말고 가슴에 표시만 하라 △관은 마련하되 상여를 하지말고 들어서 옮겨라 △봉분을 쓰되 동물들이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하라 △석물을 하려면 「故 金鍾禧之墓」라고만 새겨 평면으로 눕혀라 △장례를 치른 뒤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려라 등이 그 내용.
장례에 참석한 정환효(53·합천군 용주면)씨는 "선생이 닦아온 사회적 기반에 비추면 장례는 조촐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다"며 "세상을 떠나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물론 산속의 동물들까지 배려한 도공의 순수한 정신이 감탄스럽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김주일(50·계명대 공예과 교수)씨는 "겉치레에 치중하기 쉬운 자식들과 세태에 깨우침을 주고자 하는 아버님의 유지를 지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 김종희 선생은 1921년 일본 다치현 세토지방에서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뒤 해방과 함께 입국, 해인사 입구에 강파도예 공방을 만들었다. 이후 영남대, 효성여대, 계명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후진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온 전통도예가로 정평이 나 있다.
강파도예에서는 오는 4월쯤 고인의 혼이 담긴 작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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