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간의 올 첫 영수회담은 성과가 없었다. 두 사람은 1시간 30분동안 배석자없이 민주당 의원 이적, 정계개편, 안기부 자금 수사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으나 현격한 시각차만 확인한 채 회담을 마쳤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간의 대화요지.
▲민주당 의원 이적 문제
△이 총재=자민련으로 간 세 의원에는 대통령의 가신도 포함돼 있다. 어떻게 몰랐다고 하나. 민주당 대표도 몰랐다고 하는데 소도 웃을 일이다. 세 의원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좋다. 총선 민의에 어긋난다.
△김 대통령=총선 민의는 민주당에도 야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았다. 자민련에 캐스팅 보트를 주었다. 다른 길이 없었다.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하려는 법안을 합법적으로 처리하려 했는데 물리력으로 막지 않았느냐. 그러면 무슨 방법이 있나. 내일이라도 국회법을 표결로 통과시킨다면 이들을 돌려올 수 있다.
△이 총재=DJP공조를 해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DJP공조는 대선 공약이고 그렇게 해서 출발한 정부다.
△이 총재=자민련과의 공조는 지난 총선때 깨지지 않았느냐.
△김 대통령=그것은 자민련의 주장이고 우리는 한번도 공조를 파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자민련 출신 총리와 장관이 내각에 있다.
▲정계개편 및 개헌론
△이 총재=의원 꿔주기는 인위적 정계개편과 관련된 정치음모라는 것이 여론이다.
△김 대통령=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 지난해 4월24일 영수회담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여야가 건설적 협력을 하는 것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런 협력이 야당에서 없었다. 예산안 처리도 다섯번이나 연기돼 사상 처음으로 법정 기일을 넘겼고 정부조직법도 여야 총무가 합의처리하기로 했으나 상임위에서부터 처리가 안됐다.
△이 총재=야당이 협력 안하는 것이 무엇인가. 예산 문제는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사퇴하고 지도부가 교체돼 협상이 되지 않았다. 개헌론도 나오고 있다.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고 국민앞에 선언하라.
△김 대통령=개헌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안기부 자금 수사
△이 총재=어떻게 이 정권은 임기 내내 전 정권을 파헤치기만 하는가. 이 정권이 도덕성을 주장하려면 남을 탓하기 전에 이 정권 그리고 대통령은 깨끗한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
△김 대통령=안기부는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돈이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면 그것은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 이런 문제로 시비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총재=과거에 수사했다가 왜 다시 수사하나.
△김 대통령=처음에는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명히 신한국당이 가져다 썼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찰이 국가안전에 중대한 사건을 수사하는데 내가 중단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경제개혁 및 개각
△이 총재=대통령이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고 있다. 구조조정도 실패했다. 금융구조조정을 작년말까지 한다고 해놓고 아무것도 안됐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라. 관료들에게만 책임을 미뤄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금융개혁은 지난해 말까지 기본 틀이 마련됐다. 오는 2월까지는 상당부분이 마무리될 것이다. 경제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총재=총리를 포함한 전면개각이 단행돼야 한다.
△김 대통령=참고하겠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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