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희망을 연다-5)박사대학생 박연수씨

"인생의 전환이 아니고 배움의 연장입니다. 열심히 공부해 존경받는 한의사가 되겠습니다"

2001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390.5점을 받아 경산대학교 한의예과에 특차 합격한 주부 박연수(33·경북 안동시 풍산읍)씨. 새내기 대학생으로 변신하는 그는 이미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는 대학강사 출신이다. 그렇기에 30대의 주부로서 다시 대학생활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않은 결정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뭔가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이 몸인데 마음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니까 부족한게 많았죠. 심리학에 관계있는 동양철학을 접하면서 한의학의 매력에 끌려 한의학 도전의 결심을 굳혔습니다"

박씨는 지난 87년 당시 학력고사에서 상위권인 305점을 받아 영남대 심리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데 이어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다시 교육학과에서 98년 20대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학교수의 꿈도 키워나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박씨는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결정하고 지난해 1월부터 수능공부에 들어갔다. 학원수강은 엄두도 못냈다. 밤에 EBS에서 방영하는 수능특강을 녹화한 뒤 다음날 대학교수인 남편을 출근시키고 6살 딸은 어린이집에 보낸 뒤 남는 3, 4시간의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녹화테이프를 보면서 한 공부가 전부였다.

"1년동안 집안에만 있었어요. 그 흔한 나들이도 제대로 가지 못해 아이에게 항상 미안했어요. 시아버지와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이 큰 보탬이었습니다"

또 박씨는 "노력한 공부시간에 비해 시험운이 좋았던 같아요.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며 겸손해했다.

제 2의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박씨의 가슴은 설렐 수밖에 없다. "6년이라는 긴 대학생활로 되돌아갑니다. 적잖은 나이지만 새로운 인생의 길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한의학 공부에 흠뻑 빠져들 작정입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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