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허크는 모험심이 강해서 좋지만 나이가 어린데 모험을 하다니 아주 위험한 것 같아요"(김민정, '마크 트웨인씨에게'). "너 벌써부터 여자애 좋아하면 어떡하니? 여자애들 얼마나 째째한지 알아? 남자는 남자끼리 통하는 거야. 동족이니까 우리 동맹 맺고 모험을 같이 하는 거야"(이정훈, '톰에게')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읽고 쓴 초교 3학년 남녀 아동들의 독서감상문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모험이라니요?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잖아요!"… 여자 어린이들은 글 속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연약하고 수동적인 자세. 극복은 꿈도 꾸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자 어린이들은 훨씬 진취적이고 의욕적인 목소리를 낸다.
10년째 어린이 독서·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심혜련(35)씨는 초교생들의 독후감과 토론 내용들을 바탕으로 무엇이 아이들의 사고 방식을 이처럼 차이나게 만드는지 재검토하자고 제의했다. 여덟살 난 아들을 두고 있는 그녀가 최근 '약이 되는 동화, 독이 되는 동화'(이프 펴냄)라는 동화 비평서를 펴 낸 것.
이 비평서는 상당수 동화들이 아이들의 사고 방식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상은 21세기로 접어들었는데 책 속에는 19세기 남녀 차별과 가부장제의 유물이 너무 많고, 부모의 무관심으로 수정되지 않은 채 자녀에게 주입되고 있다는 것.
70여권에 이르는 외국·전래·창작 동화의 등장 인물과 줄거리, 결말 등을 분석한 그녀는 "춘향이·콩쥐·심청이, 어느 누구 하나 박색이 없다. 모두 남성에 의해 신분 상승을 한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 가족이 획일적·전형적인 가족상을 벗어나지 못하며, 남녀 성역할이 고정화 된 것도 문제이다"고 비판했다.
안데르센 동화는 왕자와 공주를 빼면 이야기가 안되는 결함이 지적되고, 이솝 우화는 그 영악한 꾀나 에누리 없는 복수극이 아이들에게 과연 권할 만한 것인가 되물어진다.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은 너무 끔찍하다. 가난한 부모가 아이들을 숲 속에 버리고, 못된 계모가 우유부단한 아버지에게 나쁜 짓을 시키고, 아이들이 마녀를 가마솥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 그것.
심씨는 "부모들은 동화가 아이를 상상력의 세계로, 부모가 가르치지 못한 풍부한 지식의 보고로 이끌어 주리라 믿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동화가 많다"며 좋은 동화를 가려 읽히도록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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