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맞는 보육시설이 많잖았습니다. 예능학원이라 해서 아이를 보냈더니 2, 3평 밖에 안되는 좁은 곳에 30명을 모아놓고 속셈을 가르치는게 아니겠어요? 아이가 흥미를 잃어 1주일도 안돼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주부 김희숙(32)씨처럼 자녀를 어떤 보육시설에 맡길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잖다. 그런 끝에 기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기만 하는 차원을 넘어, 나름의 교육 철학을 갖고 몸소 보육시설을 '만드는' 뜻 있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1994년 '공동육아 연구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공동육아 협동조합'이 대표적 경우. 부모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출자금을 내고 자치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 조합은 서울에 20여개, 부산에 4개가 생기는 등 호응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1995년 '씩씩한 어린이집'이 개원된데 이어, 최근엔 '성서 공동육아 협동조합' 결성도 준비되고 있다.
일부 '학원형' 보육시설들과 달리, 이들 조합은 우선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서 접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연 친화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모래밭과 흙마당에서 장난치고 닭·토끼에게 모이를 주며, 텃밭에 물도 주는 등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도록 하는 것.
또 폐쇄된 공간에서 한글이나 숫자를 익히게 하는 인지 교육이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한다. 대신 산·들판·과수원·박물관·극장(연극) 등 나들이를 통해 다양한 세계를 접하게 한다. 창의력과 탐구심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다대구 '씩씩한 어린이집' 2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던 신남희(새벗도서관장) 성서 공동육아 협동조합 주비위원장은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 참여해 육아 문제를 서로 의논하면서 한 가족처럼 친밀하게 도움을 주고 받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 학부모들의 부담은 적잖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흙마당이 있는 어린이집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각자의 출자금은 300만원 선. 여기에 시설비와 교재 교육비 등으로 쓰이는 가입비가 30만원 선, 연령별로 차이 나는 보육료도 달마다 20만~40만원 가량 된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이런 비용들이 결코 비싼 게 아니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평균 11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 주기 때문에 아이를 유치원·학원 등 여러 곳으로 전전시켜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짐이 덜어진다는 것. 또 생후 2개월부터 7세까지 어린 아이들을 여러명의 많은 교사들이 보다 애정있게 돌볼 수 있다. 점심·간식도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유기농 먹을거리를 쓴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공동 육아를 통해 아버지들이 어린이집을 직접 수리하는 등 육아문제에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했다. 초교 1~3년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교'도 개설할 예정. 053)582~4784.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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