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넷박스-조향래기자

새해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가 곧 2천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국내 도로상을 누비는 자동차 수의 두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만큼 인터넷은 WWW(World Wide Web)이란 의미 그대로 이제 우리생활 속속들이 파고들어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며 지구촌을 하나의 문화권으로 그물망처럼 엮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란 게 늘 그랬듯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인터넷 문화 확산과 더불어 사이버 폭력이 교통사고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온라인·오프라인이란 영역만 다를 뿐 무질서한 우리 인터넷 문화는 부끄러운 자동차 문화의 재탕이나 다르지 않다.

차명과 익명으로 쏟아내는 막가파식 욕설과 무차별 비방, 그것은 '나먼저'와 '깡다구'만 통하는 우리 교통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상이다. 차명의 그늘에 숨은 네티즌들의 가학성이나 유리창에 얼굴을 가린 익명의 운전자들의 폭력성. 그 본질은 분명 하나일 것이다. 더구나 본명을 가린 불량 네티즌들의 가학적이고 선정적인 거짓글 그리고 변태와 엽기는 이미 도를 넘어 대책이 시급한 지경에 와있다.

그래서 네티켓을 담은 책자가 나오고 건전한 네티켓 지키기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지난날 교통 캠페인을 돌이켜 보면 얼마만한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때문에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부작용의 예방을 위해 인터넷 이용자 실명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도"익명성을 악용한 유언비어 유포와 욕설·성폭력 등 여러 유형의 사이버폭력 방지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규제책 마련뿐 아니라 공동체의식 회복을 위한 자정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통문화가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것처럼 인터넷 문화도 법적 규제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은 국민의식의 문제요 문화적 수준의 반영인 것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교통문화가 그렇듯 왜곡된 사이버 문화도 우리의 수치스런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자동차 문화에서 보았듯이 인터넷 인구가 많다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자동차가 많을수록 교통질서가 필요하듯 인터넷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네티켓 또한 절실하다. 유례없이 급속한 신장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자동차 문화의 재판이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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