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굴기형 초교생 일규의 꿈

소년은 얼른 자라서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법이다. 그러나 대구 가창초교 우록 분교 5학년인 일규는 그렇잖다. 차츰 키가 커는 것도, 올해만 지나면 중학생이 되리라는 사실도 못마땅하다. 커 갈수록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지기 때문이다.

일규의 얼굴 반쪽은 태어날 때부터 일그러져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 제대로 된 진찰이나 치료를 받아본 적은 없다. 아버지는 6살 때 돌아가셨다. 시내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 수입으로는 치료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선 밤 10시30분쯤 산골의 마지막 버스와 함께 돌아온다. 나머지 다섯 식구가 어머니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

하지만 일규는 분교생 43명 중에서 가장 친절한 아이이다. 천진한 미소와 다감한 마음씨는 친구를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거짓말하지 않으며, 약속을 어기는 법도 없다. 숙제를 빼먹는 일도, 지각을 하는 일도 없다. 쏘다니기도 무척 좋아한다. 학교 운동장은 물론이고 산동네의 햇빛 속을 쉬지 않고 내달린다. 그래서 녀석의 몸은 햇볕처럼 따뜻하다.

하지만 일규에게 몇가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교생 43명은 학년에 관계 없이 서로 친하다. 복식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일규의 가장 친한 친구는 6학년 송용이다. 학년은 자신 보다 높지만 89년생 동갑이라 거리낌이 없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송용이가 졸업하고 나면 조금 심심해질 것이다.

일규의 걱정은 또 있다. 올해만 지나면 분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큰 중학교의 낯선 아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자신을 놀리는 일에 심드렁해질지, 벌써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일규는 보통의 5학년짜리 사내아이들 같은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용감한 장군이나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평범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긴 줄 가운데 자신이 서 있을 때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가 얼굴 탓이다.

일규는 중학생·고교생이 된 뒤에도 햇빛 속을 뛰어 다니고 싶다고 했다. 햇빛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골방은 도대체 어울릴 성 싶잖다. 초교 5학년짜리 아이가 먼저 편지를 썼다.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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