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노근리 사건에 대해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 것은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사건'이라는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피해주민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또는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사건발생 후 50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실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측이 협상초기 사건발생 자체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점에 비춰 보면 이번 결과가 우리의 자존심은 물론 피해주민의 명예회복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의 '유감' 표명 성명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실제 노근리 피해주민들이 작년 12월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아닌 미 육군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성과라는 게 우리 정부측의 평가다.
다만 핵심 쟁점인 미군측의 발포명령을 입증할 관련부대 기록이나 문건 등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주로 피해주민이나 참전장병 등의 기억이나 증언, 탄흔 등 방증에 의존해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AP통신의 보도 이후 한미 양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두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해 벌인 노력과 공조체제는 단순한 문서기록 조사차원을 넘어 전면적이고 광범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측은 99년 10월 조사착수 이래 연인원 1만2천700여명을 투입해 865건의 문헌자료를 검토하고 목격자와 생존자 144명의 증언을 들었고, 현장검증도 9차례 실시했다.
미국측도 6개 문서기록보관소에서 6·25 관련자료 100여만건을 검색해 노근리 핵심자료 490건을 우리측에 넘긴데 이어, 노근리 관련 참전군인 7천여명을 추적 탐문, 175명에 대한 6천500여쪽의 증언을 청취했다.
우리측은 여기에 조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법률가와 전직 외교관, 군인, 역사학자 등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까지 두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이견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런 상호노력을 바탕으로 수차례의 협상 끝에 미군이 노근리 주변에서 수(數)미상의 피난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시켰다는 내용이 공동발표문에 명기됨으로써, 노근리 사건은 그 실체를 드러냈다.
한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협상에 이어 노근리 사건도 원만히 매듭지어짐으로써 한미 양국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대책단 관계자는 "노근리 사건이 양국 대통령간 정치적 의지를 배경으로 해결됨으로써 SOFA 개정과 함께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던 반미감정의 소지를 다소나마 털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특히 클린턴 대통령 임기내에 한미간 현안이 마무리돼 부시 차기 행정부와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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