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YS측 입장 밝혀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당시 청와대가 안기부 자금을 전달했다는 설이 흘러나오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은 11일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을 통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6개월이 지나도 실명전환하지 않는 뭉칫돈이 있어서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김대중씨의 비자금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이 그동안 "여권의 정치보복 행위를 주시하며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후 김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또 YS는 전날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이 "김영삼 정권하에서 5년동안 끈질기게 조사했지만 김 대통령의 비자금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나는 정치보복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DJ 비자금을 수사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고 박종웅 의원이 전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며 YS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지만 단계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지원된 자금이 YS의 통치자금이 아니냐는 시각과 관련, "당시는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이어서 관행에 따라 익명으로 받은 것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통치자금 연계시각을 일축했다.

특히 박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당의 부총재까지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상황에서 이회창 총재 등 당 지도부가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듯 미온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11일 민주당 정대철 최고위원, 민국당 김상현 최고위원과 성북동 단골 칼국수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모처럼 이들과의 만남에 포도주를 돌려가며 민주화투쟁 당시를 회고했지만 검찰의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로 대화가 옮아가면서 '독설'이 시작됐다.YS는 지난해 하순부터 아침운동으로 시작한 배드민턴을 화제로 "배드민턴은 잠시도 움직이지 않으면 공이 떨어지는 만큼 최고의 운동"이라며 대화를 이끌어갔다.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이니 감각이 뛰어난 '정치 9단' 김 대통령께서는 잘 하실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이에 YS는 "나는 정치 9단에 안낀다", "난 무단(無段)", "권모술수하는 사람이나 9단이지"라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절대로 그냥 있지 않겠다"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난발언을 이어갔고, 김상현 최고위원이 "'총재님'께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추켜세운 반면, 정대철 최고위원은 "나라가 걱정"이라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YS는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장재식 의원에 대해 "나에게 환란청문회 당시 (위원장으로서) 청문회에 나오라고 했던 사람"이라며 혹평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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