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이 천사를 죽음 속에 방치했나

유대인 수만명의 목숨을 구하고도 정작 자신은 소련의 손아귀에서 희생됐던 '스웨덴판 쉰들러' 라울 발렌베르그를 구출하지 못한 데 대해 스웨덴이 12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에 대해 옛 소련은 "그가 34세 때이던 1947년에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었으며,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말 이를 번복, "그는 그해에 소련 당국에 의해 총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발렌베르그가 1970∼80년대까지도 옛 소련 수용소에 갇혀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속출, 스웨덴 정부가 그의 구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그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이에 스웨덴은 1991년에 진상규명을 위해 러시아와 합동조사단을 설치했다. 이 조사단은 10년간의 조사활동 끝에 12일 362쪽에 이르는 최종 보고서를 냈으며, "그가 1947년 이후에도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만 결론지었을 뿐이다.

스웨덴 총리는 이날 "스웨덴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그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정하고, "이같은 실책에 대해 스웨덴 정부를 대표해 그의 친척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발렌베르그

2차대전 당시 유대인 수만명을 탈출시키고도 정작 자신의 목숨은 구하지 못한 비운의 스웨덴 외교관이다.

스웨덴 정부는 2차 대전 중 독일 치하의 헝가리에서 수용소행을 위협받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스웨덴 여권을 부여해 탈출시키기로 하고 30대 초반의 젊은 외교관이었던 그에게 여권발급 임무를 맡겨 헝가리로 파견했다.

그는 여권용지가 떨어지면 직접 인쇄하기도 하는 등 유대인 탈출을 적극적으로 도와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20만명의 유대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명문가 출신이었던 그가 유대인 구출 활동 중에 보였던 용기와 신념은 대단했다. 완벽한 독일어를 구사했던 그는 유대인 집단구역을 급습하려는 독일군에 비밀경찰(SS) 장군을 가장해 나타나 그것을 저지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숱한 전설적 일화를 남겼다.

그러나 독일군에 대한 그의 강력한 영향력은 종전 후 헝가리를 점령한 소련 당국에 그를 독일첩자로 비치게 만들었다. 이때문에 1945년 체포됐으며, 그후 소련은 그가 KGB 신문을 받은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역사가들은 그가 보여줬던 인간애와 열정은 역사에 기리 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브뤼셀연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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