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유전자 조작 원숭이

지난해 2000년의 세계적인 화두(話頭)는 '게놈'이 아닌가 싶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인간게놈지도 완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기자회견 방식으로 전세계를 향해 과학자들의 활동을 소개한 것이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라는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말로서 생물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것이다. 이 작업으로 해서 이것을 97%이상 알게 되었지만 염색체에서 유전자들을 밝히고 인간의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상최초로 유전자가 조작된 원숭이의 탄생을 두고 생명공학 측면에서는 하나의 계기라는 의미가 부여되기는 한다. 치매.에이즈.당뇨병.유방암 등 인간의 난치 또는 불치병의 유전자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일로 치는 것이다. 원숭이가 사람을 대신해 치료제 실험에 이용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한 것이어서 게놈지도 완성과 같은 수준의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쥐나 양과 같은 동물에 주입시킨 일은 몇차례 시도된 적은 있었다. 원숭이 같은 영장류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지금까지의 성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전의 실험동물로 애용하던 쥐는 인간과 유전적인 차이가 있기때문에 인간의 질병연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능지수가 높은 '똑똑한 쥐'를 만드는 기술개발 등 노력도 이런 한계를 뛰어 넘지 못했다.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자 차이가 1%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보면 사람을 직접 실험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간과 쥐사이에 존재한 '유전자 갭(gap)'이 상당부분 메워졌다는게 학자들의 평가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번 실험은 생명의 기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우려의 제기는 윤리의 실종이 모든 사회병리의 근원이라는 생각과 맥이 닿아 있다. 흔히 인간들이 놓치기 쉬운 사회적.도덕적 문제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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