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시 취임식 너도나도

예로부터 '정승 죽은데는 가지 않아도 정승 집 말(馬) 죽은데는 문상을 간다'는 말이 있다. 잇속 따라 꼭 가야할 자리에도 가지 않던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는 부르지 않는데도 꾸역 꾸역 찾아가 눈 도장 찍으려고 동분서주 하는 염량세태의 인심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일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에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석키 위해 출국한다는 뉴스야말로 바로 이같은 염량세태의 인정을 새삼 확인하는것만 같아 씁쓸하다. 출국 의원들은 한결 같이 '부시 정권 인사들과 관계 구축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대미(對美)외교가 중요하다고 한들 지금같은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을 팽개치고 미국행(行)을 택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안되는 일이다. 물론 미국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다면야 외교 의전상으로라도 출국하는 것을 나무랄수만은 없다. 그러나 출국인사의 대부분이 초청도 받지 않은채 억지 춘향격으로 미국행 티켓을 따내느라 온갖 추태마저 부리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기가 막힌다. 지금까지 알려진바로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의원과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의원 등 공식초청을 받은 2명과 해지티지재단 초청을 받은 이인제(李仁濟)의원, 한미의원협의회 소속의원 6명 등 모두 9명이 미국측 초청케이스에 해당될뿐 나머지 인사들의 상당수는 남의 나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키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니 가관이다. 미 대사관 직원들은 "취임식 입장권을 좀 구해달라"는 성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취임식 입장권이 동이나자 가짜표에 암표까지 나돌고 있다니 이런 식으로 부시 정권과 새로운 대미(對美)외교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출국하는 의원들의 후안무치가 새삼 낯 뜨겁다. 관계자들은 출국의원들의 상당수가 미국에 가서 주요인사들을 만나기는커녕 취임식장의 좌석(5천석)에도 앉지 못하고 입석(6만석)에 우두커니 서 있다 올것이라고 꼬집는다.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출국의원들의 상당수는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는 △△△'식의 총선용 선거 팸플릿을 만들기 위해, 또 대선주자임을 과시키 위해 눈총을 맞으며 미국행을 택한 게 아닐는지, 경제위기에 떨고 있는 국민들이 새삼 안스런 생각이 든다.

김찬석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