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못된 절약 경제 주름살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전기, 수돗물 등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반면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소비는 극도로 줄어 시민들의 소비패턴 왜곡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여야 할 것은 펑펑 쓰고 써야 할 것은 아끼는'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절약의식 때문이다.

대구·경북(안동 주변 제외, 106만여가구)의 경우 가정용 전기료는 1년동안 4% 정도 올랐는데도 지난 해 11·12월 사용량은 99년 같은 기간에 비해 7%가 늘어난 약 6억㎾/h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용량은 IMF 직전인 97년 동기 5억1천여㎾/h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구 시민들의 수돗물 사용량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원절약을 위해 지속적으로 벌어졌던 물 절약운동에도 불구하고 작년 11·12월 시민들은 5천418만t의 물을 사용해 97년 11·12월보다 37만t을 더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동안 수돗물 값은 15% 이상 올라 가계 부담이 늘어났는데도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도시가스는 지난 1년동안 가정용 요금이 20% 이상 올랐는데도 총 사용량은 99년 11·12월 1억2천695만여㎥에서 2000년 동기에는 1억3천218만여㎥로 늘었다. 도시가스 사용 가구수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한겨울 월별 1가구당 사용량은 110㎥대를 유지하고 있어 낭비가 지나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시민들이 사용하는 휴대폰도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2000년 1인당 사용금액이 99년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3만3천원인 것으로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분석했다.에너지, 무선통신 비용 등이 계속 늘어나는 반면에 정작 내수 경기를 높여줄 소비재 판매는 되레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역 한 대형할인점이 지난 3개월(10·11·12월)동안 소비자 구매 성향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생필품 사용액과 사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9년 월 평균 4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과일은 2000년 월 2억8천만원으로 줄었고 4억원이었던 소고기 판매액은 2억5천만원으로 감소했다. 화장품 30~40%, 아동 및 남성의류 10%, 여성의류 25% 등이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판매량도 전년대비 15% 줄었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기초 생필품 판매량이 줄었지만 백화점 고가 명품매장의 매출은 크게 신장했다. 한 수입 화장품 코너가 한달 평균 1억4천만~1억5천만원의 매상을 기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재규 대구대 교수(경영관광학부)는 "우리나라 생산성은 선진국 수준에 있으나 최근 소비 위축으로 재고가 쌓여 장기불황의 우려가 높다"며 "쓸 건 쓰는 '건전한 소비'가 뒤따라야 경제가 튼튼해진다"고 강조했다.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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