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상)-러시아 철도부
베이징 공항을 이륙한 아에로플로트는 9시간 가량을 난 뒤 모스크바 공항에 착륙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Trans-Siberian Railways)의 시발점인 모스크바.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러시아 철도부(MPS)와 러시아연방 국회(두마)를 찾아갔다. MPS에서는 첼코 알렉산더 비탈리예비치 제1차관을, 두마에서는 재러동포(고려인) 텐 유리 니콜라이예비치 의원을 각각 만났다. 그들은 남북한횡단철도(TKR:Trans-Korean Railways)와 TSR의 연계 문제와 관련해 지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명했다.MPS로 말하자면, 그 중요성 때문에 '제2의 국방부'로 불리는 곳이다. 화물의 85%가 철도를 통해 운송되고, 국민의 대다수가 유럽과 미국을 합친 크기의 대륙을 열차로 이동하는 형편이니, 러시아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첼코 차관은 아예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인테르팍스 통신과 이즈베스티야 신문을 비롯한 러시아의 주요 언론사 기자 7명과 일본 기자 1명이 참석했다. 일본 특파원의 등장은 TKR-TSR의 연계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측은 이미 두 철도를 염두에 두고 한-일 혹은 러-일을 잇는 해저터널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수 차례 밝혔었다.
첼코 차관은 대뜸 취재팀을 향해 "여러분은 러시아가 남북한의 통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사실이다. 러시아는, 물론 자국의 경제적 이익 때문이긴 하지만, 북한측이 경의선 복원 작업에 나서도록 집요하게 설득 내지는 종용해 오고 있다. 첼코 차관도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에게 "철도 관련 기술과 건축, 재정 등 제반사항을 지원할테니 반드시 경의선을 복원하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경의선 복원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분석에 의존해서 판단해 보건대, 사람과 화물이 육로를 통해 자주 교통하다 보면 군사적 긴장상태는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부산~유럽간의 철도 화물운송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 문제를 강건너 불보듯 해 온 국가들도 자국의 경제적 손익 문제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첼코 차관은 그러면서 올해 3월 안으로 MPS 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소에는 TSR의 화물 운송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터가 설치되고, 관련 정보들이 비치된다. 한국측 하주들을 위한 조치이다.
아닌게 아니라 한국측 하주들은 TSR의 경제성을 의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주로 거론되는 것들은 안전 문제, 국가간 선로의 폭 차이에 따른 환적문제, 통관 및 검사문제, 시설 노후화 문제 등이다. 문제를 제기하자 첼코 차관은 "10년 전 얘기"라고 단언하면서 "MPS는 개방 이후 지난 10년 동안 3천330㎞의 길을 연장하고 기술적 개선을 거듭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MPS는 최근 3년동안 MPS에서 TSR 전 구간의 화물 내용 및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이로인해 화물의 중복 운송 같은 불합리한 요소들이 획기적으로 해소됐다.
운송시간 문제와 관련해서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보스토치니항에서 핀란드의 수호미항까지 화물열차를 시험 운행해 본 결과 9.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부산항에서 수호미항까지는 대략 11~12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선박은 그 세 배인 35~40일을 잡아먹기 때문에 철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열차의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차관과 실무자들에 따르면 화물열차의 경우 평균시속은 60㎞인데, 일부 구간에서는 최고 140㎞까지 나온다. 1일 주파 거리는 짐이 있을 경우 700~800㎞, 짐이 없을 경우 1천200㎞ 수준이다. 여객열차는 1일 평균 1천500㎞를 달린다.
간담회겸 인터뷰를 마친 뒤 자가용 택시를 잡아 타고 시내를 달리는데 다리 아래로 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벨레스카야 역이었다. 화물열차 하나가 컨테이너들을 부려놓고 몸을 풀고 있었다. 취재팀은 다리 위에서 '서울~모스크바'라고 적힌 여객열차와 남북한의 여행객들 그리고 화물열차들을 그려보았다. 즐거운 상상이었다.
모스크바=이광우기자 leekw@pusanilbo.com
사진.강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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