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전국에 확대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모든 국민이 9년간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 틀을 애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마련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 하다.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186만여명이 1인당 연간 52만원 정도의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읍.면지역 학생과 생활보호자, 저소득층, 공무원 자녀 등 이미 40% 정도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어 이번 전면 실시로 실제 혜택을 받는 학생은 60% 선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에 걸쳐 연간 1조4천억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므로 재정 확보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2004년까지 공교육 내실화 사업에 34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어서 교육부문의 팽창으로 재정적자의 확대가 우려되며, 다른 교육 투자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을지도 걱정된다.
86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는 엄연히 중학 의무교육 조항이 있었으나 교육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미뤄져 왔다. 역대 정권이 선심 쓰듯 조기 시행을 약속해 왔지만 국가 예산의 투자 우선 원칙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68년 박정희 정권이 처음으로 70년대의 시행을 약속했고, 5, 6공 정권과 문민정부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6공 말기에는 교육기본법까지 명문화해놓고 미뤘으며, 국민의 정부도 공약사업으로 내걸었으나 이제야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선언적인 의미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이번 발표를 두고 '민심 수습을 위한 생색 내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의무교육 재원 확보 명분으로 교육세 인상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되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만약 다른 교육부문 예산을 삭감하거나 세금 부담을 늘린다면 차라리 연기하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산당국은 인식하기 바란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연간 15만원(평균)을 부담하는 학교운영지원비를 계속 내야하므로 '미완의 무상교육'인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교육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고교가 학급당 40.3명으로 가장 조밀하고, 선진국에 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8~14명이나 많다. '교실 붕괴' 현상을 떠올린다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처가 따라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학교마다 차이가 나는 교육 여건 상향 평준화와 공교육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기본적인 교육 여건 조성이 의무교육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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