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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마음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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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해가 밝았다. 새로이 시작되는 천 년의 기대가 너무 벅찼는지 새 천년의 첫 해는 휘어진 등으로 넘었다. 지친 마음으로 맞은 새해는 왠지 뻔한 물품 명세표를 받아 쥔 허전한 느낌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때쯤 해서 그늘진 마음을 추스려 희망의 등(燈)을 내거는 것이 눈부신 삶의 모습이 아닐까. 내가 자주 어딘가로 길 나서는 것은 누군가가 밝혀 놓은 불빛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인지도 모른다. 특히 먼 길에서 만나는 아득한 불빛은 이 땅에서 절절히 살아내고 있는 손짓이 아니었는지….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

언젠가 어스름녘에 섬진강 물길이 내려다 보이는 길로 차를 몰고 가다가 띄엄띄엄 불을 밝히고 있는 집들을 보았다. 그때의 불빛은 슬프도록 아름다웠고 오래도록 내게 머물러 있으면서 지치거나 마음이 휑하니 비워질 때면 곧잘 내게 따뜻한 힘을 불어넣곤 했다.

사람들은 늘 어딘가로 가고 있다. 사는 일은 몸과 마음을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어느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도 가끔씩은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쓸쓸하게 배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싫든 좋든 집이란 마음 한 켠에 켜둔 불빛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네 생활은 무척이나 힘들다. 많은 회사가 어려움에 빠져 가정의 가장들은 근심이 가득하고 물가는 자꾸 오르고 있으며, 어디쯤에서 그칠 것인지를 예측키 어려울 정도로 나라의 빚도 많다. 이제 봄이 되면 조금 회복될 것이라는 경제 전망도 무겁게 눌려있는 우리 서민들마음을 쉽게 돌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위기가 기회의 디딤돌이 된다고는 말하지만 아직도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은 사회 구석구석마다 산재한 구조적인 모순들과 자기 개혁이 보이지 않는 정치와 일부의 낭비성 많은 사람들로 인해 생각할수록 우울한 마음이 앞선다. 이미 새해는 밝았고 또 봄은 양지바른 앞산과 뒷산에 자잘한 꽃들을 앞세워 다가올 것이다 그 때쯤이면 우리들 굳어 있던 마음도 많이 풀려 삶의 튼실한 씨앗을 다시 고르고 있을지 모르겠다.

진정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물질에 마음 뺏기기 쉬워

이때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다시 섬진강가의 불빛을 보러 가고 싶다. 우리네 마음속에 불빛을 앉혀서 어느 직업이든 힘차게 달려간 길에서도 항시 집으로 돌아갈 그리움이 있다면 비록 쪼들리거나 절망적인 순간이 닥친다 해도 기꺼이 절망과 악수를 청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지닐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힘든 것은 물질과 부(富)쪽에 마음을 두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돈이란 부족하면 불편할 따름이고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데도 우리네 문화의 힘으로 이를 널리 알리지 못했다.

마음속 희망의 등 내걸자

우리에게 새 길이 있는지 생각할 때가 되었다. 길이란 곧 삶이다. 움직이는 곳에서는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고 그 중에서 어느 길이 자신의 길인지를 알고 가야 한다. 어려워도 부딪칠 일은 마땅히 부딪쳐서 상처도 나고 치유도 되는, 그래서 건강해진 마음 하나 잘 여미고 살아야 한다. 어려운 시대 상황이 병이라면 이 병을 치료하는 일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병을 열어 함께 숨쉬기 위해 우리 마음이 변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에 불빛 하나 밝히는 일은 평생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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