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은 자유를 위해 싸웠고 지금은 정의를 위해 싸웠다" 필리핀 역사상 두번째의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날, 마닐라의 한 시민의 외침이 전세계의 전파를 탔다. 15년전의 피플파워로 무이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은 20년간 독재체제로 해서 국민들의 저항을 부른 정권. 국민투표로 개헌을 하고 장기접권의 틀을 굳혀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유사해 아세아 독재정권의 쌍두마차로도 불러진 기억이 오늘에 새삼스럽다. 툭하면 계엄령을 선포한 마르코스정권은 헌법을 6차례나 갈아 치웠고 당시 기네스북엔 일가의 치부등으로 해서 '세계 최대 도둑'으로 기록되기도 했었다.
20일 권좌에서 쫓겨난 에스트라다 대통령도 지도자는 누구나 집권초기에는 반짝 인기가 있듯이 '시민친구'로 그럴듯하게 포장됐었다. 사생아(私生兒)가 몇명인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을 정도 였다. 그후 불거져나온 마약거래 불법도 박자금수뢰 혐의 등 각종 부패 연루설로 퇴진 압력을 받았고 끝내는 참모총장이 사임을 하고 시위대에 합류하는 상황은 '피플파워'의 도도한 행렬을 거부하기에는 이미 대세가 기울어 진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선거 불출마, 5일간의 생각할 여유로 이어지는 발버둥도 사태의 물줄기를 돌려 놓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필리핀의 시민혁명은 여성이 권력을 승계했다는 특징이 있다. 당시 86년 야당 대통령 후보 였던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야당국회의원들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권력을 승계했다. 주부에서 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는 화려한 변신에 전세계가 관심을 집중하기도. 20일 대통령 취임 선거를 한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르요 부통령은 필리핀 9대 대통령이 었던 고(故)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 이들 두 여장부의 전력승계 시점의 나이가 53세인 점도 주목을 받는다. 남자들이 저지른 권력의 비극을 여성들이 치유하는 정치상황은 여러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필리핀의 정치는 군부의 동향(動向)에 좌우된다고 한다. 이번의 민중혁명도 군부의 시위대 지지 선언이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는 분석이다. 새 대통령 아르요의 국민여망 부응도 군부의 입김을 어느정도 절충하고 제어하는 정치력 발휘에 달려있다고 전세계는 보는 것이다. 86년 필리핀의 '피플파워'는 실제 정치사회 변혁에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고 보면 그가 풀어야하는 과제는 산넘어산이 아닌가 싶다. 더욱 어려운 것은 바르게 다스려서 백성들도 하여금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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