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외국시각 무늬만 구조조정

회사채발행 물량이 증가하고 주식시장의 자금유입 속도가 빨라지는가하면 백화점 설대목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훨씬 늘어나는 등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경기가 다소 호전될 기미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봄기운보다 체감경기가 먼저 풀릴 것이란 정부 전망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호전 기미와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보는 외국의 시각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것은 심상찮다.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고 일부외국 언론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금융개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호전기미를 보이는 경기도 언제 다시 침체할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건,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증권 등 외국금융기관들은 당초 한국의 경제성장전망치를 5.3~4.2%로 잡았다가 최근에는 이를 4.0~3.7%로 다시 하향조정함으로써 우리정부의 6% 전망치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5~6%에 비해 최악의 상황에도 그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는 반박과 함께 국내 중견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외국자본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견해다. 물론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환란당시의 경험으로 보아 전혀 잘못된 지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외국의 시각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외국자본유치에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들의 견해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은 미국의 경기둔화가 한국의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출을 위축시킬 것이며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 투자부진이 한국수출의 30%를 차지하는 하이테크분야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일부 외국언론들은 은행개혁을 담당해야할 금융당국이 은행에 악성채권을 매입토록 압력을 넣는 것은 개혁의 궤도이탈 신호란 지적과 함께 기업.금융개혁이 "무늬만 구조조정"이라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개혁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희극으로 전락했다"는 비즈니스 위크지의 지적 등은 외국인의 눈에 한국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상실로 비칠 지경이다. 외국의 시각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금융.기업구조조정의 문제들은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들이 아프게 자성해야 할 대목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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