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정신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책의 하나로 찰스 다윈의 '종(種)의 기원'을 꼽을 수 있다. 다윈은 이 저서에서 진화론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도태설을 주장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 법칙을 합리화한 이 주장이 제기되자 당시 식민지 침탈에 여념이 없던 서구 열강들은 다윈을 열렬히 환영했고, 자연도태설을 앞세워 더욱 식민지 수탈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찰스 다윈은 1831년 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고 세계 탐사에 나선 것을 계기로 갈라파고스제도(諸島)에 닿게 된다. 갈라파고스는 다윈 연구의 모태가 된 섬으로 에콰도르 서쪽 1천㎞ 지점에 위치. 밀림이 울창하고 기후가 온화한데다 깎아지른 절벽이 많아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지금도 100년 넘는 자이언트 거북과 이구아나, 펠리컨, 가마우지 등 80여종의 희귀동물과 700여종의 희귀식물이 살고 있다.
갈라파고스의 생물분포는 전체 생물종에 대한 고유종의 비율이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80%이상 되고 고등 식물은 40%이상 된다. 게다가 육지로부터 1천㎞이상 떨어진 절해의 고도이기 때문에 갈라파고스를 두고 '생물 진화의 야외 실험장' 또는 '지구 생태계의 보고'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200㎏이나 되는 거북 코끼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스페인어로 거북을 뜻하는 갈라파고스가 섬이름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든 다윈은 거북이 사는 섬의 환경에 따라 등 껍데기 모양이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 남는다'는 진화론의 원리를 내놓았으니 갈라파고스야말로 인류 지혜의 산실(産室)로 보아 마땅하다.
갈라파고스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산크리스토발섬으로 가던 유조선 제시카호가 지난 16일 암초에 충돌, 침몰했다. 이 결과 흘러나오기 시작한 기름이 25일까지 85만ℓ나 되며 이 기름이 인근 1천200㎢ 해역을 뒤덮고 있다. 이 때문에 펠리컨 바다사자 등 수백마리가 죽었고 희귀종인 자이언트 거북이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물론 미국까지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워낙 넓어 방제 작업에 어려움이 크다는 소식이다. 인류는 자칫하면 또하나 귀중한 생명의 보고를 잃을 판이라니 남의 나라 일 같지 않게 안타깝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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