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교육의 누각

요즘은 방학이라 교장실 청소당번이 없다. 며칠 전 학생 4명이 청소를 하게 됐다. 내게 교장실 청소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기에 먼저 창문부터 열고 바닥을 깨끗이 쓸도록 했다. 바닥도 닦아야하는지를 또 물었다. 걸레를 깨끗한 물에 빨아 꼭 짜서 닦으면 된다고 설명하고 청소방법을 가르쳤다. 학생들이 돌아간 다음 둘러보니 실망스럽게도 창문은 그대로 열려있고 책상 밑의 쓰레기통도 비워지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청소의 기본적인 방법을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교육이란 것도 어떤 학문적인 이론을 내세우기 전에 나름대로 기초와 기본이 튼튼히 다져진 상태에서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그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일선 학교에서는 기초 학력의 정착, 바른 생활태도 함양을 위한 기본 생활습관 지도 등 기본 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학교 현장에서 완벽하게 지도하기란 그리 용이하지 않다. 학부모들의 교육관과 학교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가정교육의 기능회복이야말로 절실한 과제라 생각한다.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과잉보호는 교육의 이상 실현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전한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출발점은 곧 가정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물론 학교나 교사가 사회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내실있는 교육활동을 펼쳐야함은 부언의 여지가 없다. 가정에서 나태한 학생이 학교 생활에서 성실하기를 기대할 수 없듯이 부모의 가르침에 순종하지 않는 학생이 어떻게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존경할 것인가.

경북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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