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하면 가장 먼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이 떠오른다. 살을 에는 듯한 기록적인 한파가 잠시 누그러지긴 했지만 전방 고지대는 여전히 꽁꽁 얼어 붙은 요즘, 우리 부모들은 겨울과 명절이 되면 군대 간 아들 생각을 한다. 북한 군인들은 추운 겨울철에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북한 군인들은 겨울을 몹시 싫어한다. 우리에 비해 겨울이 길고 추운데다 식량난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에서 땔나무를 구하고, 밤에 민가에 들어가 식량을 훔치기도 하는 등 북한 군인의 겨울나기는 겨울훈련 그 자체다.
북한군은 다소 이르다 싶을 정도인 10월부터 겨울준비에 들어간다. 겨울준비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겨울피복 지급. 10월 초면 방한모와 솜동복, 솜외투 등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데 다음해 4월 말까지 입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겨울준비는 난방용 등으로 사용할 땔감을 준비하는 것. 땔감준비는 중대별로 실시된다. 전 중대원이 나서 군 산림경영소가 지정해 준 산에서 준비를 하는데 이 동안에는 산에서 숙식을 하면서 땔감 채취에 열을 올린다. 땔감을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아침운동 시간에도 땔감을 구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김장이다. 10월이나 11월 중에 김장을 담그는데 각 부대 책임자가 군인 가족과 병력을 동원, 현지 구매하거나 자체 영농으로 생산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근다.
시설점검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으로 온돌이나 화구, 굴뚝, 방열판 등을 주로 보수하고 창문이나 출입문 등은 볏짚이나 비닐 등으로 덧씌워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래도 겨울동안 날씨가 추워 동상에 걸리는 병사가 많아 동상 약도 지급된다.
이런 만반의 준비에도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찬물로 세수를 한다. 목욕은 주 1회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부대는 거의 없고 대개 한 달에 한번 정도씩 순서가 돌아온다고 한다. 목욕과 세탁을 자주 못하는데다 소독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대부분 병사들의 몸에 '이'가 있다. 때문에 북한군에서는 이약 주머니를 지급한다. 병사들은 이를 통상 '땅크'라고 부르는데 위 아래 속 옷에 하나씩 차고 생활을 한다.
한 탈북 군인은 "요즘은 전에 비해 식량사정이 더 악화 됐다"며 " 폭탄밥(움푹팬 밥)에 반찬이라고 해야 나이롱탕(고기를 찾기 어려운 고깃국)과 소금에 절인 무가 기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은 '인민의 재산을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는다'는 규정을 어기고 밤이면 민가에서 돼지나 닭, 식량을 훔쳐서 궁핍한 군 살림에 보태기도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이 적잖이 생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래저래 북한 군인들의 겨울나기는 고달프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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