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왜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또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할까?의학이 발전하면서 그 이유를 면역력에서 찾으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의 저항력 혹은 면역력이 질병과의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면역계는 어떤 역할을 할까? 왜 몸이 피곤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질까?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회에 걸쳐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해답을 찾아 보자.
편집자
우리 몸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세균·바이러스·미생물·기생충 등이 그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을 번식시킬 장소를 사람 몸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적의 공격에 잘 대응하고 섬멸해 낼 수 있어야만 사람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한 능력을 면역력(immunity)이라 한다.
◇피부·점막은 몸 지키는 외벽
외부 침입자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최일선 방어망은 피부이다. 병원균 같은 외부 침입자를 막을 수 있도록 된 튼튼한 외곽 성벽인 셈. 물론 거기에도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인 땀 구멍이 있다. 그러나 이 땀구멍은 산도를 pH3~5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병원균이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
소화기, 호흡기, 배뇨생식기, 결막 등을 덮고 있는 점막도 미생물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외곽들이다. 대부분 미생물은 점막을 통해서야만 체내에 침입할 수 있으나, 침이나 눈물 등에 들어 있는 분해 효소는 적군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점막은 또 점액(가래)을 분비해 침입자들을 생포해 붙잡아 뒀다가 태풍(기침)을 일으켜 멀리 날려 버리기도 한다.
◇침입균 확산막는 자연면역
그러나 점막과 피부에 상처가 나 구멍이 생기면 적은 그 틈을 노려 우리 몸에 침입한다. 이것이 감염이다.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괴롭힘을 당한 세포는 즉시 적이 침입했다는 신호(인터루킨1 베타)를 모세혈관 주변에 있는 비만세포에 보낸다. 이 비만세포는 말하자면 경찰서 역할을 하는 것. 그 다음엔 경찰관 격인 백혈구 혹은 대식세포가 몇초 안에 출동해 침입자를 잡아 간다. 그래서 피부에 상처가 나더라도 대개는 작은 고름 부위가 생겼다가는 2, 3일만에 아물게 된다.경찰관(대식세포·백혈구)들은 침입 균들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일단 좁은 곳으로 몰아놓고 전쟁을 벌인다. 사태 해결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48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경찰관들은 적을 죽인 뒤 자신들도 장렬히 전사함으로써 문제의 확산을 막는다.그러한 인체의 능력은 타고날 때부터 갖는 것이다. 때문에 '선천성 면역' 또는 '자연 면역'이라 불린다.
◇전쟁 수행하는 특이면역
그러나 침입한 적의 수가 너무 많거나 독성이 강하면 경찰관(백혈구·대식세포)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때는 당연히 무장한 군대가 출동해야 할 터. 우리 몸이 전쟁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무장군대의 병사들은 T세포와 B세포들이다. 가슴샘과 골수가 이들 정예군을 만들어 낸다. 이들 세포는 평소에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대기한다. 그러나 전투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이동한다. T세포는 3~7일 사이에 병력을 4천배로 증강한다. 그런 다음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 바이러스·결핵균·진균 등과 전투를 벌인다. B세포는 '면역 글로블린'이라는 '독극물'을 만들어 적들을 퇴치한다.적을 물리친 T세포와 B세포는 대부분 현장에서 자폭한다. 하지만 일부는 남아서 적군의 특징을 기억했다가 다음번에 출동을 지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능력은 후천적으로 길러진다고 해서 '후천성 면역 기능'이라 불린다. 침입한 이물질의 종류에 따라 특정한 세포나 물질이 반응한다고 해서 '특이 면역'이라 불리기도 한다.
후천성 면역 기능은 외부 적과의 전투 경험이 누적되면서 키워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은 특이면역 기능을 높여 줄 목적으로 실시하는 인체의 '민방위 훈련'인 셈이다.어린이는 흙장난을 하면서 자라야 한다는 얘기도 이런 원리 때문에 나온 것이다. 흙 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있어, 그것들이 성장기 때 몸 안으로 침입하려 시도함으로써 면역세포들이 수많은 전투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린이가 튼튼하게 커 가는 것이다.
◇모자라도 탈, 넘쳐도 탈
면역력이 약하면 물론 문제가 심각해진다. 과음·피로·스트레스 등이 나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면역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건강한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안될 미약한 침입자들에게 조차몸이 패배, 쉽게 감염되고 병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나 면역 반응력이 높을수록 좋은 것만도 아니다. 적에 과잉 반응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좭이 돼서야 득될 일이 없는 것이다. 천식·비염·두드러기 같은 것이 그같은 부작용 증상들이다. 이름하여 '알레르기'. 이것들은 외부 물질에 대한 면역체계의 방어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난 결과이다.
특히 '특이 면역'의 과잉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면역체계가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해 되레 자신의 신체를 공격할 수 있는 것. 류머티스 같은 병이 그 일종이다. 이런 것을 '자가면역 질환'이라 부른다. 1980년 봄 신군부 공수부대원들이 자신들이 지켜야 할 광주시민들을 되레 공격한 것과 같은 형상이라고나 할까?
글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김희선교수(영남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문형배 "선출권력 우위? 헌법 읽어보라…사법부 권한 존중해야"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
이준석 "강유정 대변인, 진실 지우려 기록 조작…해임해야"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