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래식 연주 '위기'직면

수준미달의 연주자들로 급조된 외국 악단을 세계적 교향악단이라고 속여 대구와 서울 등 전국에서 공연을 주최한 공연 기획자가 검찰에 붙잡힌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연기획자들은 물론, 클래식 음악팬들마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사기 공연이 서울 예술의 전당, 대구문예회관 등 전국의 내노라하는 공연장에서 버젓이 이뤄진데다 국내 유명 음악인들까지 이 기획자에 속아 돈까지 주면서 협연자로 나서는 등 국내 공연행사의 취약한 사전 검증 절차가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언제 어느단체에 또 속을지 모른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국내 공연 관행상 외국 연주단체는 공연신청서만 내면 아무런 검증절차없이 유명 공연장의 대관을 받고 있어 제2, 제3의 사기공연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지검 외사부가 지난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연기획사 M아트콤 대표 이모(33)씨는 2∼3류급 연주자들로 가짜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뒤 세계적 교향악단인 '비엔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명칭을 도용, 지난 해 12월 대구.서울.전주 등지에서 4차례 사기공연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M아트콤 대표 이씨는 서울 공연에서 교수급 성악가를 협연자로 내세웠으며 협연자들로부터 1천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는 것. 지난 해 12월14일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던 이 교향악단의 대구공연 때는 외국 유학을 한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출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대구공연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바람에 관객이 약 100여명에 그치면서 일반 음악팬들의 피해는 적었다.

한편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은 가뜩이나 관객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에 이같은 사기공연의 여파가 외국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클래식 전문기획사인 '문화사랑' 김종원대표는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동구권을 비롯, 일부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 대해 실제 역량있는 연주단체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실제로 오케스트라 연주의 경우, 이같은 영향으로 인해 관객들의 외면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또 "외국에서는 공연단체에 대해 사실상의 등급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각종 연주단체에 대한 사전 정보 파악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해 대관신청서만 내면 어디서든지 공연이 가능하다"며 "문화관광부, 예총 등 책임있는 기관에서 사기연주 근절대책을 신속하게 마련, 클래식 음악팬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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