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국 외무회담 성과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한·미 외무장관회담은 양국의 대북 정책 조율이 순조로운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장관도 회의가 끝난 뒤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지만 우리측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으며 당초 우려와 달리 부시 행정부와의 공조 체제가 순탄한 출발을 보였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자체 분석이다.

한국으로서는 부시 행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본격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북 정책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 미국의 향후 정책에 반영시킬 계기가 절실했지만 미국도 양국 외교 사령탑의 첫 만남에 대해 한국의 공식 의견을 소상히 들을 '고마운 기회'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파월 장관이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엄격한 상호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대북 정책을 놓고 전통적인 우방인 한미양국의 관계에 틈새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돼 왔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긴장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다소 엇갈리는 신호를 함께 보낸 게 사실이다.

이-파월 회담은 한미 정치·경제·안보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 협력 정책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 체제 유지를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혼란은 사라지게 됐다.

이번 부시 대통령 출범 3주일도 채 안돼 열렸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쉽게 합의한 것은 새 미국 행정부도 전임 클린턴 행정부 못지 않게 한미 동맹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이 당초 45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1시간15분으로 늘려 조찬 회담으로 바꾸면서 "파월 장관 개인의 환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상회담의 일정은 다음달이 확정적이며 우리측은 3월 5, 6일께를 거론했으나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방미 일정과 맞물려 다소 유동적이며 형식은 공식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한미 외교 당국이 차관보급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례 고위급협의체 가동에 합의한 것은 양국의 실무 협의 채널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으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당초에는 고위급 협의체 개설 정도로 만족하려 했으나 미국의 적극 호응으로 정례화된 것으로 클린턴 행정부 퇴진과 함께 폐업 상태에 들어간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에서나 이뤄지던 차관보급 접촉이 쌍무 관계로 격상된 것이다.

8년간의 민주당 정권을 마감하고 새로 출범한 공화당 정부와 호흡을 맞출 일이 적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쓸모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이며 당장의 현안인 정상회담과 북한의 개방·개혁 방향을 비롯한 대북 정책 조율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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