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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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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 그 날 이후 사십 일 년. 불의에 항거해 까까머리 소년들이 분연히 교문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왔던 그 날의 현장인 대구 삼덕로터리를 지나 한일로까지, 나는 오늘 다시 내 청춘의 그 한때를 천천히 걸어보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그때 홍안의 소년들이었던 우리가 벌써 반백이 된 머리카락을 바람에 쓸어넘기듯, 정의를 부르짖는 함성으로 가득 찼던 그 길도 이미 우마차가 심심찮게 다니던 옛 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 그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민주화의 도화선 2.28의거

1960년 2월 28일, 우리는 무자비한 경찰들의 곤봉세례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독재에 맞서 싸웠다. 정의를 갈망하던 우리의 가슴은 뜨거웠고 외침은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었다. 2.28 민주의거는 우리 겨레 민주화의 도화선이요, 자유의 외침이다. 그때 그 외침을 억압하고 3·15부정선거를 저지른 어리석고 부도덕했던 자유당 정권은 급기야 4.19혁명으로 무너졌다.

그 날 이후 우리는 한동안 몸을 숨기며 쫓겨 다니는 고난을 겪어야 했지만 기필코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그때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어느 시인이 노래한 '불꽃은 꿋꿋한 수직이다. 한 번의 입김이 불꽃을 흐트러지게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곧바로 다시 선다'는 시구처럼 말이다.

지금 온 들판에는 풀들이 새 심을 내고 있다. 새 봄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혹한의 겨울을 지낸 풀뿌리들은 땅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새 싹을 틔우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 풀들이 땅심을 받아 봄을 비로소 봄이게 하는 참한 꽃들을 피워낼 것이다.

##'정의는 꼭 이긴다'교훈확인

푸른 민초들이 피워낸 민주화 역사의 꽃인 2·28 민주의거가 이제 온 민족의 자긍심으로 다시 자리잡게 되었다. 아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대구 명덕네거리에 세워져 있던 2·28의거 기념탑이 두류공원으로 옮겨져 역사의 웅장한 기세를 뽐내고 있다. 그 기상이 가리키듯 민주화 의거는 시정의 한낱 이야깃거리로만 회자돼 자욱한 안개처럼 모호해져서는 안된다. 바람에 그 불꽃은 휘날려 태산을 치달아 오르고 저 광야를 가로질러야 한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2·28의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이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목숨을 걸고 정의와 자유를 지켰던 그 날의 민주정신을 함양시키고 계승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날 불의에 항거했던 세대들이 발족시킨 사단법인 2·28 민주포럼이 민관합동으로 결성되어 그 날의 역사적 자취가 배인 구 중앙초등학교 자리에 2·28공원을 조성하게 된다.

##숭고한 이념 가슴속에 간직하자

이제 명실공히 민주화의 효시요, 도화선이었던 2·28의거가 민주발전과 민족 번영의 선구적 깃발로서 그 정신을 널리 펼치게 된 것이다. 뜨겁게 타올랐던 그 날의 숭고한 이념은 정의의 도시 대구를 기점으로 우리 나라, 또는 민주화로 갈등을 겪고 있는 모든 나라에 귀감이 되었고, 또 될 것이다.

역사는 몇사람의 힘으로만 이룰 수는 없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궁극적으로 단죄를 받을 수밖에 없다. 2·28의거는 우리의 살아있는 교훈이다. 그 정신을 다듬고 깎아 보석처럼 빛나게 해야 한다.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대구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불꽃, 정의의 깃발이 민족의 정신으로 영원히 타오르고 펄럭일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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