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마음 외로운 날은여기나 와서 기다리자
너 아닌 숱한 얼굴들이 드나드는 유리문 밖으로
연보랏빛 갯바람이 할 일 없이 지나가고
노상 파아란 하늘만이 열려 있는데
-유치환 '郵便局(우편국)에서'
정념과 생명파 시인으로 알려진 청마 유치환의 시이다. 시의 문면 그대로 마음 외로운 날 우체국에 와서 서성거리며 편지를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누구의 편지를 기다리는 걸까?
우표 뒷면에 침을 발라 편지 봉투에 붙여 우체통에 넣고 약간은 허전한 기분으로 우체국 문을 나서던 기억이 흐릿한 영상처럼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컴퓨터, 인터넷, e메일, 휴대폰, 음성메시지 등등. 후기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편지는 아득한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움이 없다면 사랑이 아니듯이 편지를 쓰지 않는 진실된 인간은 있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예단이 될까.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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