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 무술을 알아보니

홍콩영화 '결전', 대만출신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일본감독 시노다의 '올빼미성'…. 거기에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제작한 같은 제목의 영화 '무사' 등. 한·중·일 삼국의 무협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되면서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각축전도 영화속의 결투장면처럼 긴박하다.

특히 지난 토요일부터 대구시내 대구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일본 무협영화 '무사'(사무라이)와 5월말 개봉 예정인 김성수 감독의 무협영화 '무사'(武士)는 같은 제목에서 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철도원'으로 유명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1989년 작품 '무사'는 도쿠가와 막부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케일의 전형적인 일본 무협영화. 애첩의 자식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본부인 출생의 맏아들 다케치요를 제거하려는 3대 장군 이에미쓰의 음모와 군대에 맞서 싸우는 무사들의 처절한 혈투가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오랫동안 접하지 못했던 일본영화가 낯선 탓도 있겠지만, 후루하타 감독의 무사는 그동안 눈에 익은 홍콩의 무협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일본색을 드러낸다. 칼을 다루는 무사들의 예의작법이 강렬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오늘날 거합도(居合道)란 진검술로 계승되고 있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검술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슈(武術)에서 보듯 화려하지만 무협지를 보듯 과장이 심한 중국과 홍콩의 무협영화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자세히 보면 무사들이 가진 칼의 모양도 휴대방법도 쓰임새도 다 다르다. 일본도는 한쪽면에 날을 세운 끝이 약간 휘어진 칼인데 반해, 중국의 칼은 직선의 양날검이다.

비록 시대적인 배경이 고려시대 말엽으로 일본의 무사보다는 300년 가량 앞서지만 개봉을 앞둔 우리영화 '무사'의 검객들은 어떤 형태의 칼을 지니고 어떠한 검술을 구사할까.

한국영화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8억원(마케팅비 포함)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란 점도 그렇고 중국 명나라에 파견됐던 고려 사신단을 호위하는 무사들(정우성·안성기·주진모)이 귀국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호쾌한 결투와 명나라 부용공주(장지이)와의 로맨스가 기다려진다.

문제는 우리 무협영화가 중국의 우슈나 일본의 거합처럼 나름대로 정형화된 전통 검술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아쉬움이다. 그것은 사실상 단절됐던 우리 검술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최근들어 무도인들의 전통검술 복원운동이 전국에서 무르익어가고, 우리 검술의 원류를 찾겠다는 명제를 내걸고 일본의 거합을 제대로 도입해 수련하는 진검도장이 대구에 등장한 것은 그나마 우리 무협영화의 앞날을 밝게 해준다. 무협영화는 격조있는 무술이 핵심이다. 검술로 비교해 보는 무협영화 '무사', 그래서 그 맛이 색다를 수밖에 없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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