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에 암운(暗雲)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대북강경정책을 천명하고 있는데다 북한도 이에 맞대응으로 나서면서 북-미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정세변화와 직결된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 본후 지난달 14일부터 대미 비난의 포문을 열어 연일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 동맹관계인 남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정한 선을 긋는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초 합의했던 남북대화들을 뚜렷한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잇따라 연기하고 있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북한은 지난달 13~16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당일에 연기한데다 세계탁구대회 단일팀 구성문제는 '준비관계'를 이유로 약속을 파기했으며 3일부터 열기로 했던 4차 적십자회담도 2일 오후까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제의회연맹(IPU) 제105차 총회 참석차 쿠바 아바나를 방문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대 부위원장이 2일(한국시간) "미국의 올 상반기중 대북정책을 지켜본 뒤 대응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북-미관계의 장기적인 소강국면을 예고했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미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남한에 대해 '민족공조'를 강도높게 촉구해 왔다.
북한언론들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전민족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 민족의 대단결로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미국의 대북 강경론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화해와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차단하고 예전의 대결과 대립을 격화시켜 한반도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북한의 시각이다.
따라서 미국의 '반민족, 반통일 공세'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냉각되면서 북한은 노골적인 태도는 아니지만 남한 당국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왔다.
북한은 지난달 11일부터 '한국민족민주전선'(민민전) 기관방송을 통해 남한 당국이 아무런 자주성도 없으며 미국에 철저히 예속돼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김동신 국방장관의 취임사를 직접 거론, "그는 분명히 미국의 반공화국 압살 책동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 언행은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을 차단시켜 달라고 침략적인 외세에게 간청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 김 장관의 발언을 연계시켜 비난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2일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북남공동선언을 민족공동의 기치로 들고 나가야 할 오늘날에 와서까지 (남조선이) 그 무슨 안보를 구실로 동족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동족을 압살하기 위하여 외세와 정치·군사적 공조를 추구하는 것은 반민족적인 배신행위로밖에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이어 "그러한 자세는 민족의 운명을 외세에 맡기고 동족과 대결하자는 것이지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해 남한당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미관계 냉각이 남북관계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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