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 2001년도판이 종전과 달리 '북한내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명단이 삭제된 채 출판됐다는 사실은 또 한번 정부의 석연찮은 대북(對北)자세를 보는 느낌이다.
남북문제에서 북측의 무례가 여러차례 드러났으나 제대로 항의를 못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북측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알아서 조치하는 등의 사례들은 이미 "대북 저자세의 극치"란 평가마저 받아왔다. 이번 정치범 명단 삭제도 정치적 의도 때문이 아니라는 당무자들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전후사정으로 보아 대북저자세의 인상이 짙다.
북한인권백서문제는 북한이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우리의 국방백서에 명시한 북한주적개념을 포기하도록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명백한 태도 표명없이 이를 쉬쉬하고 덮으려했던 일을 생각나게한다. 아직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남북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이 우리에게 주적개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밝히지 않은 정부의 태도였다. 이것은 대북 저자세의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에 대한 정부 자세에 회의를 갖게 한 것이었다.
인권백서의 북한정치범명단 삭제가 어떤 의도에서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당장 백서의 명단을 근거로 정부나 국제단체에 납북된 가족의 생사확인을 요청해왔던 납북자가족들이 황당해질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보다 근본문제를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통해 추구할 1차적 목표는 북한동포의 인권이 아니겠는가. 인권이 배제된 남북관계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통일연구원측의 변명대로 정부가 명단을 확인해주지 않아 이를 싣지 않았다면 그 경위를 설명하고 북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면 정부는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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