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만 재배 농가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던 마늘 농사마저 뿌리가 갉히고 있다. 밀.콩 등이 거의 전부 수입에 의존하더니 마늘조차 수입량이 몇년 새 급증, 이미 국내 생산량의 10%에 이르고 있다. 이때문에 전국 농민들은 값이 폭락한 작년에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었다. 올해도 두어달 후면 햇마늘이 나올 참이지만, 값이 좋을 전망은 없다고 한다. 활로는 없는 것일까?
▨마늘 농업과 수입 상황
우리나라 마늘은 대체로 4만ha 전후 면적에서 45만여t이 생산된다. 작년까지 5년간을 보면 최소 3만7천여ha 39만여t에서 최다 4만3천ha 48만여t 사이. 마늘 주산지 중 하나인 의성 경우 1천600여ha에서 1만5천여t을 생산하고 있다. 작황에 따라 생산량이 차이 날 뿐 결정적 변화는 없는 셈이다.
반면 수입량은 날로 급증해 왔다. 1996년에 1만t 정도이던 것이 98년 4만여t에 육박하더니 99년에는 4만2천t을 넘어 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늘 값도 1998년을 고비로 내리막길로 접어 들었다. 이 해에 kg당 5천19원(한지 마늘 연중 평균가 기준)까지 치솟더니 99년 9월에 중국산이 집중 수입되기 시작한 뒤 작년에는 겨우 1천300∼1천600원 선을 유지했다.
올해도 2천200원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마늘 상인들은 보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이 국내 시장가격 형성력을 쥐어, 수입 손익분기점이 결국 국내 시장 가격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값이 폭락한 뒤인 작년에는 수입량이 1만8천여t으로 감소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판단했다.
그러나 수입량 중에는 국제 협정에 따라 '최소시장 접근' 몫으로 할당된 의무적인 것도 있어,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작년에 협정되고도 값 폭락 때문에 실제로는 들여져 오지 못했던 2만여t을 올해 사 가라고 중국이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돌파구 찾기 실험
4천여평의 마늘 농사를 짓는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 김원택(46)씨는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고 했다. 성과부터 보면, 김씨의 마늘은 작년 같은 폭락세에도 불구하고 일반 마늘보다 4배 이상 높은 값에 팔렸다. 생산된 10여t이 전량 서울생협.풀무원.이팜(인터넷 상거래사) 등 3곳에 kg당 6천원에 납품된 것.그뿐만도 아니어서, 김씨는 마늘종까지 무농약이라는 점 때문에 일반 것의 2배인 kg당 1천600원에 팔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김씨는 영농비를 모두 빼고도 순수익 6천만원 이상을 올렸다. 한 마지기(660㎡) 당 300만원을 웃도는 액수. 올해부터는 농업기술센터와 공동으로 다진 마늘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김씨는 "친환경 농법 시행 후 10년 간은 일반 마늘 값도 좋아 별다른 대우를 못받았으나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씨는 15년 전에 천주교 안동교구의 '생명운동 봉사자 학교'를 거치면서 환경농법을 채택했다.▨전문가 진단
김씨의 마늘 농사 특징은 화학비료는 아주 적게, 퇴비는 2배 이상 쓰는 것. 논에다 충분히 발효된 소거름을 반(300평, 1000㎡) 당 6t 정도 뿌리며, 석회를 4년에 한번 넣는다. 화학비료는 일반의 5분의1(20kg 1포)만 뿌린다.
씨마늘은 병충해에 강하도록 개량해 주아 재배한 우량 종구를 쓰고, 비닐로 피복해 뒀다가 이듬해 2월 말쯤 보통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마늘 유인작업을 한다. 이때 목초액과 감식초를 5, 6회 뿌려 주는 것도 특징. 수확은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보통 보다 일주일 정도 늦춘다.
이러한 김씨의 돌파구 찾기에 대해, 마늘 주아재배로 '신지식 공무원'에 선정된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김대규(45) 지도사는 "지역의 마늘 농업을 살리는 길은 차별화와 브랜드화 하는 것"이라며, 김씨의 시도가 그 모범답안이라고 강조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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