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술서 다이제스트-소크라테스서 사르트르까지

"철학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퍼진지도 오래됐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전체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술적인 학문에 밀려 이른바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미 1930년대부터 '철학의 종말'을 주장했고, 그 이전에는 헤겔 역시 철학의 종말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철학의 종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시대에 철학을 정당화하고 박제화된 철학이라는 개념에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대의 자연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서부터 20세기 실존주의자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저술을 망라한 '철학의 거장들'(한길사)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오트프리트 회페가 모두 4권으로 엮은 이 책은 독일의 인문사회과학 및 예술전문 출판사인 C. H 베크 출판사가 20세기 각 학문 분야를 인물별로 정리한 '거장들 시리즈'(총 11개분야 전 19권)중에서 철학분야를 별도로 떼내 철학 전공자뿐 아니라 입문자, 일반인들을 겨냥해 쓴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신창석 교수와 계명대 이진우 교수, 한양대 이현복 교수가 함께 우리말로 옮겼다.

1권 고대.중세편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철학자에서 근대철학에의 가교역할을 한 중세철학자 쿠자누스까지 다루고 있다. 근대편인 2, 3권은 베이컨에서 흄까지, 칸트에서 딜타이까지를 정리했으며 현대편인 제4권은 니체에서 사르트르까지를 다뤘다. 현대편에서 거장의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감안해 현존 철학자들은 제외됐다. 현대편을 번역한 이진우교수는 머리말에서 "니체와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아도르노 등으로 대변되는 철학적 부정성이 전통의 창조적 재해석이라는 측면을 아울러 강조함으로써 현대사상의 흐름과 성격을 일목요연하게 가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학의 거장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한 사람이 아니라 사유의 독창성, 철저함 및 일관성에 힘입어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이라는 편저자 회페의 말처럼 철학에 고유한 사유를 가장 탁월하게 실현한 사람들의 사상과 사유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책이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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