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바람 타고 온 '복고풍 여인들'

거리에 '복고(復古)바람'이 불고 있다. 386세대의 고교 시절을 그린 영화 '친구'가 그렇고, 화장기 없는 청순한 여주인공을 내세운 '선물'의 영화 간판이 그렇다. 지난 80년대 팝송 '쉬밥'을 개사한 가요 '오빠'와 조용필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어제, 오늘, 그리고' 등의 유행가 가사들도 향수(鄕愁)를 자극하기는 마찬가지. 이에 뒤질세라 2,3년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여성 패션의 복고바람이 올 봄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거리를 노랗게 물들였던 '노랑머리'군단에다 '지지고 볶은' 총 천연색 헤어스타일이 점령군처럼(?)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그러나 요즘 거리의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얌전한 단발형태에 슬쩍 웨이브를 준 '차밍머리'와 리본을 맨 생머리가 주류를 이룬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깨를 찰랑찰랑 치는 긴 생머리도 쉽게 눈에 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동네 아줌마들 패션에서도 생머리스타일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여전히 천연색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여성들도 있다. 박상후(모즈헤어대표)씨는 "요즘 염색은 그레이, 옅은 국방색, 갈색 등 따뜻한 느낌의 '파스텔톤'으로 흐르고 있다" 면서 찌를 듯한 원색에서 많이 후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관리하기도 귀찮고 염색이나 파마는 머리결이 많이 상하잖아요". 미대생 박혜영(20)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몇 달사이 염색머리와 파마머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 모노톤의 색상이 주류를 이루었던 메이크업도 복고바람이 확연하다. 작년 '컬러의 복원'과 함께 유행했던 핑크 계열의 아이섀도와 립스틱이 올 봄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태평양 대구지역사업부 차임선 대리는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귀엽고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유행이 옮겨지고 있다"면서 메이크업의 복고 경향은 복고풍 의상으로부터 영향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짙은 화장 대신 피부의 투명함을 강조하는 것도 올 봄의 특징적인 경향. 화장을 한 듯 만 듯한 베이스 메이크업 미인이 올 봄 거리의 주인공. 탤런트 김혜수의 입술화장처럼 도톰해 보이도록 강조했던 글래머러스 룩도 사라지는 추세다.

액세서리는 복고와 첨단이 공존한다. 아예 액세서리를 달지 않거나 달더라도 마치 덧니처럼 보일 듯 말 듯 숨겨 둔 80년대풍이 주류. 이와 반대로 곳곳에 얄궂은 소품을 달아 미를 강조한 여성도 많다. 대구 동성로에서는 귀, 입술 코, 혀에 구멍을 뚫고 고리를 달거나 큐빅을 박은, 이른바 바디 피어싱(body piercing)을 한 20대 남녀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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