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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대물림의 비극 영화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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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수는 뻐꾸기가 우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피를 토하며 빈사상태가 되는 고통을 10년째 연중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그런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떠맡아 온 숙희는 TV 뉴스 화면에서 남편을 '산손장·밥벌레'라고 한 말에 모진 죄책감을 느끼고 산다.

아버지(익수)에게 물려받은 몹쓸 후유증 때문에 하반신이 마비된 큰 아들 영호는 기어이 손목 동맥을 끊고, 사타구니에 습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작은 아들 영섭은 가족의 비참한 삶이 TV에 공개된 다음 여자친구로 부터 절교를 당한다…. 아버지 익수는 베트남전쟁에서 고엽제와 씨에스파우더를 다뤘던 화학병이었다.

포항의 한 고엽제 후유증 가족의 이같은 쓰라린 삶을 지역작가 이대환(44·민족문학작가회의 경북지부장)이 '슬로우 불릿'(실천문학사)이란 장편소설로 재현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 감동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감독 박찬욱이 메가폰을 잡을 작정이다.

작가와 감독은 "이 서럽고 아린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세대가 우리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는 고엽제가 눈처럼 살포되는 베트남의 정글과 영일만 호미곶의 붉은 일출·황금빛 보리밭을 배경으로 전쟁의 폐해와 인간의 내적 갈등을 깊이있게 다루게 된다.

포항 영일만은 작가와 소설속 주인공들의 실제 고향. 이번 영화는 방현석·김형수 등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 모임'에서 탄탄한 기성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인 끝에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완성됐다.

'슬로우 불릿(Slow Bullet)'이란 '느린 총알'이란 뜻. 미국에서는 서서히 죽음으로 내몰리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를 슬로우 불릿이라 부른다. 시대정신과 현실적 고통에 천착한 작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와 그것을 그린 소설의 제목을 그래서 '슬로우 불릿'이라 했다.

작가 이대환이 독자들에게 그려놓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사건과 그 도구들이 인간에게 선사한 가장 비극적인 삶의 고통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상흔 '슬로우 불릿'이 우리들 가슴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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