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신도환 논설위원)

80년대 초만 해도 대구의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샐러리맨 치고 자가용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당시 동료사원이 차를 한대 '뽑으면' 직장 전체에 비상한 화제를 모으며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 경제성장에 따른 전반적인 국민 소득의 향상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때마침 불어닥친 '레저문화'와 맞물려 80년대 중반 이후 '마이카'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80년 52만대이던 전국 자동차 대수가 89년말 266만대로 5배이상 늘어났다. 자가용 승용차가 100만대를 돌파한 것이 이 시기였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준은 1인당 GNP의 1.4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승용차를 살수 있는 때다. 우리나라는 88년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출퇴근 시간 등 러시아워 때만 도심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교통사정이 완전히 달라져 대낮에도 곳곳에서 밀리는 현상이 상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처음으로 가구당 1대를 넘어서 '1가구 1차(車)'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1천224만2천829대로 2인이상 총가구수 1천221만2천가구를 3만대 가량 초과, 가구당 자동차비율이 1대1을 돌파했다. 48년 건국 당시 전국의 자동차 대수가 통틀어 1만2천971대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1천배 가까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국민 4인당 1대꼴로 미국의 국민 1인당 자동차 1대, 일본·영국의 2인당 1대에는 못미치지만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과 맞먹는 수치다.

▲자동차 대수가 그 나라의 선진 생활 수준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볼때 '1가구 1차'시대의 도래는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경제 시대의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이 꿈에 그치지 않고 마침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악화 등 총체적 위기 상황을 생각할때 마냥 고무적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화려한 외형속에 가려져 있는 '과소비' '허영' '수도권 집중 폐해'등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이 오버랩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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