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박사 실업시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98년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각 대학에서 수여한 명예박사 학위의 대부분이 정치인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은 권력 만능의 세태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이 기간동안 여권의 정치인 33명에게 41개의 명예박사 학위가 수여됐고 야권인사 9명에게는 11개의 학위가 주어진 것이다.

▲수여자의 면면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경희대와 고려대에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서, 김종필 전 총리는 명지대, 동의대, 공주대에서 잇달아 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여권의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중권 등등에다 야권은 함종한, 김정수, 박관용, 황낙주, 최형우 등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뒤질세라 학위 수여자 명단에 올랐다. 이쯤되면 '명예박사가 실세(實勢)박사'란 소리가 나올만 하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공적이 있는 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토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3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수여된 '명박'학위의 거의 모두가 정치인에게 수여됐다는 사실은 정치인들만 열나게 학술과 인류 문화 향상에 공헌했고 다른 사람들은 손놓고 놀았다는 뜻인지….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내박사 7만1천여명에 외국박사 2만1천여명으로 모두 9만2천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들 학위 소지자의 상당수를 받아들일 일자리가 절대 부족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 연구원의 고급인력 수급전망 보고서는 국문학, 철학박사의 실업률이 82.2%, 역사학은 76.5%라 밝혔다. 10명중 8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얘기다. 취업이 용이한 전기전자, 정보통신, 컴퓨터의 미취업률도 10%를 웃돌고 있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사태가 더욱 악화돼서 2006년이면 박사인력이 연간 2만명이상 양산되는 반면 수요는 1만3천명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박사의 양적 팽창에만 신경쓰다보니 자칫하다간 '박사=고급실직자'란 웃지 못할 사태를 연출케 된 것이다. 박사학위 소유자라면 지식산업사회의 핵심 인재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국가차원에서 양성돼야 하고 또 양성된 인재는 보호돼야 한다. 전 국민이 손가락질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명예박사를 남발, 박사의 권위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을 이젠 피해야 대학이 살고 나라가 회생할 것만 같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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