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소유'와 '창조'의 충동이 있다고 한다. 전자에 지나치게 기울면 수전노일 수밖에 없고, 후자에 강한 사람은 참다운 예술가다. 소유 충동은 그 끝이 없으므로 행복에 이르지 못하게 하지만, 창조 충동은 행복의 열쇠를 가져다 준다. 창조와 돈은 무관할 때도 많지만 예술가는 그것을 위해 온갖 열과 성을 쏟으며, 자신의 예술만으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일찍이 러셀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창조에 있다'고 말한 까닭도 거기에 있으리라.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이나 최후의 역작을 '스완송(swansong)'이라고 부른다. 죽음을 눈앞에 둔 백조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는 더없이 아름답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는 바로 '예술가의 절정'을 보여 주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인생의 폭과 깊이는 물론 진한 감동의 이미지를 안겨 주기 마련이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그 '스완송'을 남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뇌하고 안간힘을 다하는지도 모른다.
앞 못보는 원로 바리톤 조상현(78)씨가 마지막 독창회(29일 서울 금호아트홀) 준비에 마지막 열정을 불 지피고 있다는 소식은 감동적이다. 지난해부터 시신경 이상으로 모든 사물을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하는 형편이지만, '무대 인생'의 연주 무대는 '살아 있음'의 확인이며 찬양이기 때문일까. 큰딸 영방씨의 반주로 갖는 이번 25번째 무대는 그가 밝히고 있듯 '마지막'이라서 그야말로 각별한 느낌을 안겨 준다.
서울대를 나와 우리나라 남성성악가로는 최초로 해외 유학(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을 한 그는 1954년 첫 독창회 이후 2, 3년마다,97년부터는 해마다 콘서트를 가져 왔다. 우리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뿌리면서 한양대·단국대 등에서 후진을 양성하는가 하면, 세 자녀 영방(피아노)·영창(첼로)·영미(바이올린)씨로 구성된 '조트리오'를 길러내기도 했다. 그에게 마지막 힘을 주는 건 심안(心眼)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병든 소녀가 창가 담쟁이 넝쿨의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면서 그 잎새마저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 거라고 절망한다. 한 늙은 화가가 밤새 비바람을 맞으면서 그린 잎새가 마침내 그 소녀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준다. 하지만 그 때문에 병을 얻은 늙은 화가는 죽음을 맞게 된다. 새삼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진정한 예술가는 '살맛나는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콘서트'의 '스완송'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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