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업 규제는 가능한 한 풀어줘야

기업규제 철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재계의 입씨름이 점입가경이다. 그동안 비교적 목소리를 낮춰왔던 재계가 최근 목청을 잔뜩 높이자 헤게모니 싸움에 뒤질세라 정부는 오히려 강수를 연발하겠다고 으름장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철폐하라, 안된다는 정책적 이념논쟁에 휘말려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타깝기만 하다.

조속해결이 급선무지만 문제는 경제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시각이 너무 경직돼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그동안 자유기업원장, 한국경제연구원장, 대한상의회장의 입을 통해 기업규제는 철폐 또는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10일에는 전경련이 정례회장단 회의에서 정부에 이를 공식 요구함으로써 논리의 정당성을 찾으려 하고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국의 태도는 외곬성 단호 일변도다. 이남기 공정위원장의 "30대 기업집단제도나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기업활동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단정적인 발언은 시장경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시장환경은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고 있는데 이같은 경직된 발언은 경제관료의 태도가 아니다.

물론 우리경제의 살 길은 지속적인 개혁 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혁과 규제철폐는 같은 선상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미 시장경제원칙 이념을 내 건 현 정권이 개혁을 앞세워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당국은 재계의 입장을 무작정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포용적인 자세부터 취해야 할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재계의 목청이 높아진 것은 공공부문에 대한 질타로도 보여진다. 진념 부총리가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지 며칠도 안돼 이를 뒤집는 강경발언이 돌출한 것은 경제관료들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권력누수기에 자칫 자존심 싸움으로 시장문제가 '힘'에 의해 해결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 밝혀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