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형(32)씨는 철망(鐵網)을 구부리고 용접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의 손을 통해 날카로운 느낌의 철망이 부드럽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그는 26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State(상태)'라는 주제로 2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자신을 "매일 피를 보는 사람"이라는 섬뜩한(?) 말로 소개했다. 실제로 그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철망의 물성(物性)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선 맨손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철망에 찔리고 긁히기 예사라는 것. 10년전 대구대 서양화과 재학시절부터 철망작업에 매진해온 만큼 그가 흘린 피의 양이 새삼 짐작된다.그의 작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철망으로 만든 '목없는 불상'을 비디오프로젝트로 투사, 여기에 나타나는 허상(그림자)과 실상(철망불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그 첫번째. 이씨는 "실상을 허상으로 끄집어낸 후 그 간극에서 존재의 본질을 되새기려 했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한참을 기다려야 제대로 된 작품을 볼 수 있다. 5분마다 비디오프로젝트에서 남자 한명이 나와 실상과 허상사이를 걸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작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철망을 원통형으로 감아놓은 대형 설치물(지름 280cm, 무게 450kg)도 눈길을 끄는 작품. 철망의 딱딱한 물성이 원(圓)이란 형식을 통해 부드러운 느낌으로 순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철망작업은 아주 독창적인 장르는 아니지만, 대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회임에는 틀림없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